(출처-조선일보 2016.07.30 강인선 논설위원)
백인 결집시킨 트럼프 바람 뒤엔 美 사회 급격한 인구 구성 변화
'백인이 소수세력' 불안에 뭉쳐 위험한 트럼프에 반감 크지만 힐러리도 비호감도 높아 고전
힐러리나 트럼프 누가 되더라도 재선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전당대회가 모두 끝났다.
공화당 전당대회는 트럼프가 주최한 '백인 단합대회' 같았고
민주당은 당이 주도한 '유색인종 연합대회' 같았다.
공화당 전당대회는 트럼프의 독무대였고, 민주당 쪽은 거물 인사가 총출동한 총력전이었다.
민주당이 주인공 힐러리 클린턴을 가릴 정도로 화려한 연사를 불러모은 배경엔 아예 판 깨자고 덤비는
트럼프 앞에 방어적이 된 민주당의 깊은 불안이 있다. 트럼프는 확 바꿔 보자는데 오바마 유산을
이어가야 하는 클린턴은 변화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분노한 백인을 결집한 트럼프 바람 뒤에는 미국 사회의 급격한 인구 구성 변화가 있다.
'백인 기독교도 미국의 종언(The End of White Christian America)'이란 책을 쓴 로버트 존스는 최근 강연에서 자신의 책이
"미국에서 백인 기독교인이 주류였던 시대가 끝난 것에 대한 부음 기사이자 애도사"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지금 미국은 '백인 주류 시대' 장례식을 치르고 있다.
장례식장 앞줄에 앉은 사람들(백인)은 대성통곡하는데 뒷줄에 앉은 사람들(유색인종)은 환호하고 있다.
이 혼돈이 지금 미국 대선의 배경이고, 이 단계를 어떻게 지나느냐가 중요한 과제란 것이다.
"1950년대 이후 미국 문화와 생활이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했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면 나쁜 쪽으로 변했다고 보느냐"고 물었다.
비기독교인, 흑인, 민주당, 히스패닉들은 반 이상이 "더 좋아지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백인, 무당파, 백인 개신교도와 가톨릭, 공화당, 복음주의 백인 기독교인들 중엔 "더 나빠졌다"는 사람이 많았다.
공화당, 백인, 기독교인일수록 미국에서 사는 게 예전 같지 않다는 뜻이다.
8년 전 오바마 당선 때도 크게 늘어난 유색인종 비율이 큰 위력을 발휘했다.
8년 전 오바마 당선 때도 크게 늘어난 유색인종 비율이 큰 위력을 발휘했다.
이후 흑백 관계가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비율이 크게 떨어졌다.
나이 든 미국 백인들은 "오늘의 미국은 우리가 어렸을 때 생각하던 그 미국이 아니다"고 말한다.
백인이 중심에서 밀려나는 건 상상도 못 했다고들 한다.
"멕시코 국경에 담을 쌓고 무슬림 입국을 금지해서라도 당신들의 위상을 지켜주겠다"는 트럼프의 말에 혹할 수도 있는 이유다.
"인구구성이 운명이다(Demography is destiny)"란 말이 있다.
"인구구성이 운명이다(Demography is destiny)"란 말이 있다.
인종이든 연령이든 인구구성이 달라지면 정치도 변한다. 미국은 유색인종이 절반을 넘어가는 혁명적 변화를 코앞에 두고 있다.
TV 토론에선 이미 "백인이 소수세력(마이너리티)이다"라는 말이 거침없이 나온다.
트럼프는 이런 인구구성 변화가 가져오는 결과를 막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공화당은 2008년과 2012년 대선 패배 후
공화당은 2008년과 2012년 대선 패배 후
"백인 중심, 나이 든 사람 위주, 반(反)다양성"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면 재집권이 어렵다는 처방을 받았다.
하지만 손 놓고 있다가 더 늙은 백인 정당이 돼버렸다.
트럼프가 그 운전대를 잡고 "우리가 결집하면 된다. 한 번 더 달려보자"며 과속 난폭운전을 하고 있다.
트럼프 위험한 줄은 알지만, 비호감도가 높아 고전하는 클린턴은 속 시원한 대안이 되지 못하는 게 문제다.
미국인들이 대선 후보에 대해 '무섭다'는 표현을 쓰는 건 이번에 처음 봤다.
미국인들이 대선 후보에 대해 '무섭다'는 표현을 쓰는 건 이번에 처음 봤다.
한 40대 사무직 여성은 "클린턴의 그 집요한 권력욕이 두렵다"고 했다.
20대 청년은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갈지 모르는 트럼프가 무섭다"고 했다.
은퇴한 정치학자는 "선거날 아침 술 한 병 들이켜고 술김에 투표해야지 제정신으론 못 하겠다"고 했다.
유권자들 마음의 부담이 이렇게 무거워지니 '누가 되든 단임설'이 돈다.
클린턴과 트럼프 중 누가 돼도 재선은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비호감 후보가 경쟁하는 선거란 마치 국민을 인질로 잡고 있는 것 같다.
무능한 정치가 국민을 괴롭히는 방법도 가지가지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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