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8.02 팀 알퍼 칼럼니스트)
다정다감하나 소심한 英 뉴맨, 매사에 도움 안 되는 韓 셔터맨
영국이나 한국이나 대부분 남자는 여성을 진심으로 돕고 싶지만 어떻게 도와야 할지를 몰라
남자들에게 한 번만 기회를
나는 남자다. 남자로서 내가 집에서 맡은 역할은 모기 잡기, 막힌 변기 뚫기, 헐거워진 나사 조이기,
그리고 분리수거 등이다. 이런 일을 하면서 가끔 스스로 반문하곤 한다.
"만약 여자들이 침팬지를 잘 훈련해 이런 일을 시킬 수 있다 해도 여전히 우리에게 이런 일을 맡길까?
잘 훈련된 침팬지를 찾는 순간, 혹시 우리를 버리는 것은 아닐까?"
미국의 저명한 조사 기관인 가너 서베이가 몇 년 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여자들이 생각하는 남자는
미국의 저명한 조사 기관인 가너 서베이가 몇 년 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여자들이 생각하는 남자는
'다림질을 할 줄 모르며, 아내나 여자 친구에게 항상 잘못된 사이즈의 옷을 사다 주고, 춤에도 전혀
일가견이 없는 사람들'이다. 근본적으로 여자는 우리 남자들이 다 쓸모없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지구 상
어느 곳을 가더라도 그 생각이 옳다는 것을 필사적으로 증명하는 남자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고향 영국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고 돌아왔다.
그곳에서 영국 남자들의 무능력한 모습에―특히 대형 마트에서―무척 깊은 인상을 받았다.
영국 남자들은 쇼핑한 음식을 차 트렁크에 어떻게 실어야 하는지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다.
그들은 달걀, 토마토, 그리고 얄팍한 통에 든 요구르트로 밑바닥을 채운 후 그 위에 무거운 것을 올린다.
여자들은 이런 영국 남자들의 어리석음을 즉시 감지하고 쇼핑한 것들을 신중하게 다시 트렁크에 채우기 시작한다.
그동안 남자들은 차 옆에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묵묵히 서 있을 뿐이다.
어떤 마트를 가더라도 내가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를 충분히 이해시켜 주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마트에 홀로 남겨진 남자들은 마치 세렝게티 공원 한가운데서 무리를 놓치고 길을 잃은 한 마리 가젤처럼
겁에 질린 모습을 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몇 십 년 전부터 '뉴맨(New Man)'이 등장했다. 뉴맨은 기성세대의 남자들과 매우 다르다.
영국에서는 몇 십 년 전부터 '뉴맨(New Man)'이 등장했다. 뉴맨은 기성세대의 남자들과 매우 다르다.
요리에도 꽤 일가견이 있고, 여성에게 다정다감하며 가사를 즐겨 돕는다.
문제는 뉴맨들 또한 기성세대의 남자들과 똑같이 쓸모없다는 것이다.
여자들의 기분을 상하게 만드는 것을 너무나도 두려워하는 그들이 여자들에게 치근덕거린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다.
미국 여배우 귀네스 팰트로가 처음 영국에 왔을 때 "뉴맨들은 여자에게 사귀자는 말을 꺼낼 줄도 모른다"고 불평했다.
아마도 여자들에게 뉴맨과의 결혼 생활은 행복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들과의 연애는 그다지 구미가 당기지 않을 것이다.
한국에서 십여 년을 사는 동안 나는 무능한 남자가 되는 한국만의 독특한 방식을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셔터맨이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셔터맨이 아내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셔터맨이 되는 것을 목표로
그들의 인생을 시작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들이 식당에서 아내를 돕고자 할 때마다,
자신들이 얼마나 쓸모없는지를 증명하게 된다.
손님이 김치를 더 달라고 부탁하면, 셔터맨은 일단 주방으로 들어간다.
손님이 김치를 더 달라고 부탁하면, 셔터맨은 일단 주방으로 들어간다.
"김치 어디 있어?" 주문 들어온 세 가지 음식을 마무리하느라 분주한 아내에게 질문을 던진다.
"선반 위에 있는 통에 있는데." 아내가 대답한다.
"어떤 선반?" "맨 위에 있는 선반."
"무슨 색 통에 들었어?" "빨간 통."
"이거? 어떤 접시에 김치를 담아야지?"
결국 계속되는 질문에 참다못한 아내는 김치가 들어있는 통을 재빨리 낚아채서 접시에 김치를 담아 손님에게 가져다주고
"어떤 선반?" "맨 위에 있는 선반."
"무슨 색 통에 들었어?" "빨간 통."
"이거? 어떤 접시에 김치를 담아야지?"
결국 계속되는 질문에 참다못한 아내는 김치가 들어있는 통을 재빨리 낚아채서 접시에 김치를 담아 손님에게 가져다주고
다시 김치통을 원래 자리에 돌려 놓는다. 그리고는 레이저가 나올 듯한 눈길로 남편을 쏘아본 후, 주방으로 들어가서
빠른 손놀림으로 일을 계속한다. 낙담한 셔터맨은 이미 열받은 아내를 성가시게 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TV 리모컨을 만지작대며 채널을 돌려댄다.
물론 약삭빠른 남자라면 이 점을 교묘히 이용할 것이다. 그들의 은밀한 공식은 바로 이것이다.
물론 약삭빠른 남자라면 이 점을 교묘히 이용할 것이다. 그들의 은밀한 공식은 바로 이것이다.
'여자들이 무엇을 부탁하든지, 완전히 엉망을 만들어 놓는다.'
아내가 설거지를 부탁하면 접시 뒷면에 세제 거품을 고스란히 남기고, 청소기를 돌리라는 부탁을 하면 진공청소기를
망가뜨리고, 음식을 해달라고 하면 이제껏 보지도 듣지도 못한 고약스러운 화학 실험의 결과물을 만들어라.
만약 제대로 해낼 수만 있다면, 당신의 남은 일생 다시는 이런 귀찮은 일을 떠맡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러나 영국이나 한국이나 대부분의 남자는 이렇지 않다.
진심으로 여자들을 돕고 싶지만,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를 잘 모를 뿐이다.
우리에게 한 번 더 기회를 달라.
그리고 훈련한 침팬지로 우리를 대신할 생각은 제발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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