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포럼] 토플러가 15년 전에 내놓은 대한민국 보고서

(출처-조선일보 2016.08.04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얼마 전 타계한 저명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2001년 6월 7일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보고서를 냈다. 

'위기를 넘어: 21세기 한국의 비전'이다. 

토플러는 대한민국은 선도(先導) 국가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종속(從屬) 국가로 전락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고 경고하면서 산업 구조와 기업, 노조, 시민 단체, 교육을 근본적으로 

개편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모든 개혁은 정부의 근본적 변화가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중앙집권적인 정부는 산업사회에는 효율적으로 작용할 수 있었지만 지식정보사회에서는 더 이상 

작동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방분권적으로 정부 시스템 근본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중앙의 정치인들과 관료들은 기득권을 포기하려 하지 않았고, 

이들에게 맞서서 지방분권적 개혁에 앞장서야 할 당사자인 지방 정치인들은 대통령병이나 국회의원병에 걸려 

소극적 자세로 일관하면서 토플러의 보고서는 사실상 사장됐다.

우리 헌법은 제117조와 제118조에서 지방자치를 규정하고 있지만 지방의 자율성은 거의 인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법령 범위 안에서만 지방자치를 인정하고 국가의 법령 제정권을 무제한 허용함으로써 지방의 자치 공간을 

박탈하고 있다. 또한 법률의 위임이 없으면 주민의 권리 제한이나 의무 부과에 관한 자치 규정을 제정할 수 없도록 

지방의 자치 활동을 제한하고 있다. 

지방 조직조차도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선진국 헌법은 주민이 수백 명 또는 수천 명인 마을에도 우리 헌법보다 훨씬 넓은 자치권을 보장한다. 

우리의 시·군·자치구는 평균 규모가 22만명을 넘고 시·도는 300만명을 넘는다. 

주민이 1000만명을 훌쩍 넘는 경기도의 정책 자율성은 주민이 1000명도 되지 않는 스위스의 작은 마을보다 못하다. 

대학을 졸업한 건장한 성인에게 유치원생 역할만 허용하는 셈이다. 

헌법이 지방자치단체를 제한(制限) 능력자로 만들어 놓고 있다.

스위스가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가 된 것은 폭넓은 자율성을 가진 칸톤(스위스의 주·州) 26곳과 2300곳에 가까운 

지방자치단체들이 치열한 정책 경쟁을 하면서 아래로부터 혁신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헌법이 지방정부의 손발을 묶어놓고 중앙정부만 쳐다보도록 만들고 있다. 

중앙이 법령을 통해 전국적으로 지방에 하달한 획일화된 정책은 지방 실정에 맞지 않아 무용지물이 되거나 

지역 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중앙정부는 과부하로 기능 장애에 시달리고, 지방정부는 수족이 묶여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정부 시스템으로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토플러는 우리와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지방분권화한 미국을 향해서도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파격적인 지방분권을 하라는 제안을 하였다.

대한민국이 선도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헌법 개정을 통하여 지방정부에 입법권과 재정·조직권을 전격적으로 이양하여 

지역 문제는 지방에 맡기고, 중앙정부는 외교·국방·금융·통상과 같은 국가적 큰 문제에 집중하도록 국가 경영의 틀을 

근본적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인물 정보]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누구?

'위기를 넘어: 21세기 한국의 비전'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