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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덕의 종횡무진 인문학] 그들은 왜 '그랜드 플랜'을 비겁하게 여겼나

바람아님 2016. 8. 14. 19:12

(출처-조선일보 2016.08.13 김시덕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교수)

노나카 이쿠지로 '일본 제국은…'

김시덕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교수 사진때로는 잘된 실패가 잘못된 성공보다 낫다. 
1980년 가을, 일본을 대표하는 경영학자 노나카 이쿠지로와 방위대학교의 군사사(軍事史) 연구자들이 
모였다. 이들은 사회과학이라는 틀을 통해 전쟁의 역사를 분석하기로 하고, 근대 일본이 경험했던 
최대의 실패인 태평양전쟁을 그 대상으로 삼았다. 
이 책의 일본어 제목이 '실패의 본질-일본군에 대한 조직론적 연구'인 것도 이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평화와 번영은 패전이라고 하는 비참한 경험에 뿌리를 두고 있지 않은가?' 
일본 연구자들은 과거에 제국주의 일본이 저지른 실패를 철저히 분석하고 교훈을 얻자는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실질적인 문제를 다루는 경영학과 군사사 전문가들이 모인 만큼, 
이들은 '과거 일본이 저지른 잘못을 통절히 반성한다'는 식의 감상적인 접근은 하지 않았다. 
그 대신에 제국주의 일본이 어떤 전략적·정책적 실패를 했는지 냉정하게 해부했다. 
그 결과 이들은 일본이 패망에 이르게 된 원인을 몇 가지로 결론 내렸다.

패전 이전의 일본 육군과 해군은, 과거의 승전(勝戰) 경험을 절대적인 것으로 간주했다. 
육군은 러일전쟁에서 백병전으로 승리했다는 사실에 집착했다. 
그 결과 일본 육군은 대규모 화력전이 주류가 된 현대전에 어울리지 않는 백병전을 고집했다. 
'적군에 항복하지 말고 옥쇄하라'는 말도 되지 않는 정신력을 병사들에게 강요했다.

노나카 이쿠지로 '일본 제국은…' 책 사진일본 해군도 러일전쟁에서 승기를 잡게 된 쓰시마 해전을 절대시했다. 

이 때문에 '위기적 상황에서도 혼연일체의 정신으로 기습 공격을 펼쳐 전투에서 승리하면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신앙이 자리 잡았다. 반대로 장기전에 대비하고 보급 계획을 수립하는 

그랜드 플랜(Grand Plan)은 비겁한 것으로 간주됐다.

연구팀은 일본군 소속원들이 '말(言)'을 빼앗긴 것이 패전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결론 내린다. 

조직 말단에서 올라오는 정보나 문제 제기, 아이디어가 조직의 핵심으로 연결되고, 

그런 과정을 촉진하는 의논 과정이 허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분석  결과가 현재 한국 사회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도 성장기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성공을 거둔 사람이나 조직이 그 행운을 자신의 능력으로 착각한다.
현재의 실패는 경험으로 인정하고 공유하는 대신, 
실패를 부끄럽게 여기고 실패한 사람을 패배자로 낙인찍으려고 한다. 
우리는 과연 놀라운 성공과 그 뒤에 감춰진 실패를 냉정하게 분석할 용기가 있는 것일까.




일본 제국은 왜 실패하였는가?

(태평양 전쟁에서 배우는 조직경영)   

노나카 이쿠지로, 스기노오 요시오, 

데라모토 요시야, 가마타 신이치,

도베 료이치, 무라이 도모히데/ 

박철현 옮김/ 주영사/ 2009년

325.2-ㅇ965ㅈ/ 

[정독]인사자실(2동2층)/ 

[강서]2층종합실



                     게시자 추가- 일본관련 서적


일본,사라지거나 해방되거나

김상태/ 책보세/ 2014.12.10/ 640쪽

913-ㄱ764ㅇ/ [정독]인사자실(2동2층)

/[강서]2층종합실



위험한 이웃, 중국과 일본

리처드 C. 부시/  김규태/ 에코리브르/ 2013.03.25/ 655쪽

원제 (The)perils of proximity : China Japan security relations.

349.12013-ㅂ936ㅇ/ [정독]인사자실(2동2층)

/[강서]2층종합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