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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야기] 마음의 중심 잃지 않았기에… 두 나라 화해하게 됐어요

바람아님 2016. 8. 14. 20:36

(출처-조선일보 2016.03.17 기획·구성=김지연 기자/ 채석용·대전대 교수(철학) )


[공자의 '충서사상']


빌리 브란트, 올바른 충서 실천해 독일과 폴란드 화해하게 만들어

공자 말한 충성, 무조건 복종 아니라 옳지 않은 건 반대할 줄 아는 것이며

용서는 가해자가 피해자 아픔 아는 것


공자는 사람에 대한 진심을 표현하는 방법을 충서(忠恕)라고 했어요.

'충(忠)'은 공자가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던 덕목이랍니다. 

마음을 뜻하는 심(心)과 가운데를 뜻하는 중(中)이 합해진 충은 곧 '마음의 중심'을 뜻해요. 

우리가 마음의 중심을 잡으면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꿋꿋하게 해낼 수 있는데 이때의 마음가짐을 충이라고 하지요. 

공자가 말한 충성이란 맹목적인 충성이 아닌 진실한 마음의 중심이랍니다.


◇'충'은 옳은 마음의 중심을 잡는 것


자기 스스로 마음의 중심을 잡으면, 어떤 일을 해도 과감하게 옳은 선택을 할 수 있고 옳지 않은 일은 용감하게 거부할 수 

있어요. 그것이 바로 충의 진짜 의미예요. 공자가 말한 충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비록 자신이 속한 조직의 

명령이라 해도 옳지 않은 것에는 반대할 수 있어야 하지요.


기사 관련 일러스트

▲ 그림=정서용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동독과 서독으로 분단되어 서로 대립했어요. 

그러다가 빌리 브란트라는 유능한 정치인이 나타나 1969년 서독 총리에 취임해 통일의 발판을 마련했지요. 

결국 독일은 1990년 10월 통일을 이룩했어요. 

그런데 빌리 브란트는 독일이 나치에 의해 장악되었을 때 독일 국적을 버리고 노르웨이로 망명해서 노르웨이 국적을 얻었던 

과거가 있어요. 그 후 나치가 패망하자 독일로 돌아와 독일 국적을 회복한 후 정치인으로 성공해 총리까지 됐지요. 

비록 나치 치하였지만 자신의 조국인 독일을 버리고 다른 나라의 국적을 얻었던 빌리 브란트는 충의 가치를 실천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만약 충을 '국가에 대해 무조건 복종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빌리 브란트는 충을 실천하지 않은 사람이겠죠. 

그러나 공자가 말한 대로 '마음의 중심을 잡는 것'이라는 뜻으로 이해한다면 그는 충을 실천한 사람이에요. 

빌리 브란트는 자기 마음의 중심을 잃지 않은 채 오로지 진실하고 민주주의적인 나라의 모습을 추구했던 인물이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비록 자신의 조국이지만 독일이 나쁜 길로 갈 때 용감하게 거부할 수 있었던 거예요.


◇용서는 마음 중심 같아질 때 이뤄져


충서사상 통해 생각해봐요 - 

▲ 충서사상 통해 생각해봐요 - 최근 위안부 피해자들의 삶을 다룬 영화 ‘귀향’이 화제가 되고 있어요. 

공자의 충서사상에 따르면, 일본 사회가 마음의 중심을 잡고 위안부 문제를 피해자 입장에서 받아들이는 순간 진정한 용서가 

이뤄지겠죠. /영화 귀향 캡처

충서사상에서 충과 함께 중요시되는 '서'는 용서를 뜻하는데, 공자가 말하는 용서란 변명을 억지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에요.

서(恕)는 마음 심(心)과 같을 여(如)가 합해진 글자예요. 

진심 어린 용서란 잘못을 저지른 사람과 피해를 본 사람의 마음(心)이 같아질 때(如) 저절로 생기는 행동이라는 의미랍니다.


1970년 겨울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는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에 방문했어요. 

당시 폴란드 국민들은 독일에 강한 적대감을 갖고 있었어요. 이웃 강대국 독일에 1000년 가까이 시달린 데다 

120여 년간 나라를 빼앗겼고, 2차대전 중 600만명(당시 폴란드 국민의 20%) 이상이 독일군에 의해 희생당했기 때문이에요. 

겨울 비가 내리는 가운데 빌리 브란트가 전쟁 희생자 위령탑 앞에서 독일의 과거를 반성하면서 꽃을 바쳤어요. 

그러다가 털썩 무릎을 꿇고 흐느꼈어요.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진심 어린 마음이 그렇게 표현된 거죠. 

한 나라의 총리가 무릎을 꿇으면서 진심 어린 사과의 행위를 하고, 일상에서 만나는 독일 국민까지 진심 어린 사과를 하는 걸 

보면서 많은 폴란드 국민들도 마음을 열었어요.


빌리 브란트는 나치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저지른 끔찍한 만행에 대해 전 세계인에게 독일의 잘못을 용서해달라고 

빌지 않았어요. 독일이 저지른 만행에 대해 전 세계인들이 나쁜 시선을 갖고 독일을 대할 때 그는 단순히 독일의 이익을 위해 

용서를 갈구하지 않았어요. 단지 희생자들의 마음과 같아지려 했을 뿐이지요.


빌리 브란트가 용서를 이끌어낸 비결은 평소 그가 마음의 중심을 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중심이 잡힌 진심, 곧 충을 실천했기 때문에 희생자들로부터 서를 이끌어낼 수 있었지요. 

오직 마음의 중심을 실천하는 사람만이 두 사람의 마음을 같게 만드는 용서를 이끌어낼 수 있어요. 

그래서 공자는 충과 서를 늘 함께 이야기해요.


어린이 여러분들도 각자 마음의 중심을 잡기 바라요. 

어느 누가 뭐라 해도 내가 옳다면 꿋꿋하게 행동할 수 있게요. 

그리고 친구들에게 잘못에 대해 사과할 때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순간의 곤란을 모면하려고 하지 말고 진심으로 피해자의 

마음을 이해하세요. 그렇게 충과 서를 실천하면 화해의 길이 가까워질 거예요.



충서(忠恕) [명사] 충성과 용서라는 뜻으로, 충직하고 동정심이 많음




 신문은 선생님 [철학이야기]의 기사를 통해 철학공부를 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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