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필리핀 마카티의 중국 영사관 앞에서 필리핀과 베트남 주민들이 “중국은 판결을 존중하라”?침략을 중단하라?고 쓴 플래카드를 들고 항의하고 있다.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중재재판소의 판결 이후 중국은 이를 거부하며 해상 무력 시위를 계속했다. [AP=뉴시스]
2016년 여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긴장이 팽팽하다. 지난달 12일 헤이그 유엔해양법협약 7부속서 중재재판소가 필리핀이 낸 중국과의 남중국해 분쟁 소송에서 ‘중국 완패’ 판결을 내린 이후다. 남중국해의 90%를 자국 영해라 주장하며 완력을 휘둘러 온 중국의 행태에 국제사회가 ‘국제 규범을 준수하라’고 명령을 내린 셈이다. 갈등 조정의 잣대를 제시해 준 판결이지만 중국의 여론전과 ‘판결 무력화’를 노린 군사행동으로 역내 긴장은 더 커지고 있다. 불씨는 일본이 실효 지배하고 있는 동중국해의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로까지 튀고 있다.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계획을 밝힌 한국에 대해서도 거친 대응으로 일관하면서 아·태 지역이 신흥 패권 중국과 기존 패권 미국의 ‘신(新)냉전 지대’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드 문제로는 한국과, 남중국해를 둘러싸곤 필리핀·베트남 등 동남아 주변국과 무차별적으로 부딪히고 있는 중국의 창끝은 미국을 겨냥하고 있다.중재재판소 판결의 핵심은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국이 자국 관할권에 있다고 주장하는 분쟁 ‘지형물’이 사람이 거주하는 섬이 아닌 암초 또는 간조 노출지(썰물 때만 수면 위로 올라오는 바위)로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EEZ)이나 대륙붕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또 이 지형물 주위를 매립해 인공섬을 만든 중국의 행위는 유엔해양법협약(UNCLOS) 위반이라고도 했다.필리핀이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에 제소할 때부터 중재재판소의 관할권과 구속력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천명해 온 중국은 판결 자체를 전면 부정했다. 판결 이전부터 남중국해 일대에서 군함 100여 척, H-6K 등 최신예 전략폭격기를 동원해 군사훈련을 벌였고, 판결 이후엔 남중국해의 군사 통제센터 역할을 하는 하이난다오(海南島) 해상 등에서 대규모 무력 시위를 벌이고 있다. 동중국해의 센카쿠 열도 접속 수역(12~24해리)에도 해경 선박과 어선 수백 척을 투입해 일본과 연일 외교전을 치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