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사설>與 일각의 募兵制(모병제) 발상, 安保 도외시한 포퓰리즘이다

바람아님 2016. 9. 6. 23:35
문화일보 2016.09.06. 14:00

시민단체나 야권 일각에서 간헐적으로 제기되던 모병제(募兵制) 주장이 보수 집권당에서 제기되기 시작한 것은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민주사회에서 누구나 아이디어 차원에서 발랄하게 입장을 밝힐 수는 있다. 그러나 안보(安保)를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고, 그 보루가 되겠다는 세력이라면 곤란하다. 게다가 ‘내년 대선’까지 운운하니 새누리당이 안보 포퓰리즘을 부추기는 것으로도 비쳐 황당할 뿐이다. ‘청년실업(失業) 대책’으로까지 거론하니 북한 체제는 물론 국방·통일에 대한 기본 개념이라도 있는지 의문이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지난 5일 모병제 토크쇼에서 “내년 대선에서 모병제를 공론화해야 한다”면서 “2022년까지 모병제로의 완전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모병제로 이뤄진 ‘30만 정도의 작지만 강한 군대’가 먼 훗날의 꿈일 수 있겠지만 현단계에서는 환상일 뿐이다. 우선, 모병제로 ‘강군’을 만들려면 엄청난 비용이 필요한데, 대한민국 재정으로는 그것을 감당할 수 없다. 모병제 사병에게 월급 200만 원 정도를 주는 데만도 30만 군대를 유지하려면 연간 7조2000억 원이 필요하다. 이 월급으론 ‘적극적 병역’을 수행할 젊은이 30만 명을 모으기도 어렵다. 최근 대만에서 실패한 위험한 실험이다. 부사관 등 다른 직책 월급도 인상될 수밖에 없다. 정반대로 대거 장기복무를 희망할 경우, ‘군의 노령화’ 등 여러 문제점이 발생하게 된다.


둘째, 소수정예화를 위한 무기체계 고도화엔 더 큰 비용이 요구된다. 현재 징병제 하에서의 전력(戰力) 증강사업도 늘 예산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기존의 차기 전투기(F-X)사업과 한국형전투기(KF-X) 사업, 차기 이지스함 등에도 천문학적 비용이 필요한데, 최근 북한의 도발로 지상·해상 킬체인과 핵잠수함 등의 소요까지 제기되고 있다.


셋째, 군대는 적의 공격에 대비한 ‘대칭적 구조’도 필요하다. 미군처럼 해외원정군이라면 몰라도, 국토를 직접 방어해야 하며 그것도 북한군이 100만이 넘는 현실에서, 급작스러운 병력 감축은 전력 공백을 만든다. 또 북한 ‘안정화 작전’ 시, 대규모 병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한미동맹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병력을 줄이면 주한미군 감축에도 반대하기 어렵게 된다. 따라서 현대전의 양상 변화와 저출산, 병력 자원 부족, 군내 사고의 빈발 등의 이유를 앞세운 모병제 공론화는 현실적으로 시기상조다. 그런 문제는 별개 차원에서 해결해야지, 안보를 도외시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