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과학상, 공동 수상이 대세.. 中·日 5명 후보 명단에
서울신문 2016.09.27. 03:36새달 3일 생리의학상부터 발표..30년간 과학상 80% 공동 수상
올해 노벨상 수상자 발표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10월 3일 노벨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4일 물리학상, 5일 화학상, 7일 평화상, 10일 경제학상, 문학상(일자 미정) 수상자가 차례로 발표된다. 8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0억 3100만원)의 상금, 금메달과 상장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의 석학’이라는 영예가 누구에게 돌아갈지 주목되고 있다.
●2001년 이후 과학상 단독 수상 4건 그쳐
노벨상 수상자 발표 한 달 전부터 ‘예비 노벨 생리의학상’이라고 불리는 래스커상 수상자와 세계적인 학술정보 서비스 기업 톰슨 로이터의 예상 노벨상 후보자 명단이 발표된다. 여기에 노벨상을 패러디해 기발한 연구 성과에 상을 주는 ‘이그 노벨상’ 시상도 9월 셋째 주에 시행되면 분위기는 한껏 달아오른다.
노벨상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알프레드 노벨이 기부한 유산 3100만 스웨덴 크로나를 기금으로 삼아 설립된 노벨재단이 수여한다. 1901년부터 문학, 화학, 물리학, 생리의학, 평화 5개 분야에 상을 수여하기 시작했다. 경제학상은 1968년 스웨덴 중앙은행 창립 300주년을 맞아 만든 상으로 정식 명칭은 ‘알프레드 노벨을 기리는 스웨덴 중앙은행 경제학상’이다. 상금을 노벨재단에 기탁하는 조건으로 노벨상에 포함되긴 했지만 여전히 ‘태생’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물리, 화학, 경제학은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 생리의학은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학연구소, 문학은 스웨덴 학술원, 평화상은 노르웨이 국회 노벨위원회에서 수상자를 선정한다. 노벨이 사망한 12월 10일 열리는 시상식도 달리 열린다. 생리의학, 물리, 화학, 문학, 경제학 분야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평화상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각각 개최된다. 이는 노벨재단이 설립된 1900년 당시 노르웨이와 스웨덴이 한 나라였다가 1905년 분리된 데 따른 것으로 노르웨이가 평화상을 가져갔다.
노벨상은 수상자 발표 당일 “노벨재단입니다. 당신이 수상자로 선정됐습니다”라는 전화를 받기 전까지는 당사자마저도 수상 여부를 알지 못할 정도로 보안이 철저하다. 심사위원도 비밀이다. 이 때문에 노벨과학상(생리의학, 물리학, 화학)을 누가 받을 것인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지만 관전 포인트는 몇 가지 있다.
우선 노벨과학상 중 단독 수상자가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일단 올해 래스커상 수상자나 톰슨로이터 예상 후보자 명단을 보더라도 단독 수상 가능성이 있는 분야는 없다. 실제로 2001년 이후 지난해까지 노벨과학상 45건 중 41건을 2명 이상 과학자들이 함께 수상했고, 연구자 1명이 단독으로 수상한 경우는 4건에 불과하다. 1901년부터 2015년까지 전체 노벨과학상 322건 중 174건(54%)이 2명 이상 공동 수상했다. 1950년대를 기점으로 공동 수상 비율이 전체 수상 건수의 50%를 상회하기 시작해 최근 30년간은 노벨과학상 공동 수상 비율이 80%를 웃돈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연구위원은 “노벨과학상 공동 수상 비율이 점점 늘어나는 것은 첨단과학의 대형화와 융복합화에 따른 한계와 연구 실패 부담을 최소화하고 연구자들이 보유한 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집단 연구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日, 100년 전부터 해외 공동 연구로 결실
일본이 3년 연속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할 것인지와 지난해 최초의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중국이 2연속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을지도 관심을 끈다. 일본은 2000년대 들어 노벨과학상 수상자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미국에 이어 2위 수상 국가이자 비서구 국가 중에서는 최고의 과학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일본 언론들도 노벨과학상 부문에서 수상이 유력시되는 후보군을 소개하는 등 기대감을 높였다. 톰슨 로이터가 발표한 노벨상 후보자 명단에도 일본인 3명, 중국인 2명이 이름을 올린 상태다.
차 연구위원은 “일본은 1920년대부터 해외 공동 연구와 유명 과학자와의 네트워크를 통해 과학기술 역량을 확보함으로써 그 결실을 21세기에 거둬들이고 있는 셈”이라며 “단기적 성과에 얽매이지 않고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에 적극 투자하는 것은 우리나라도 벤치마킹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동아일보 2016-09-26 03:00:00
지금 수상자를 알 수 있는 건 노벨위원회뿐이겠지만, 많은 사람이 두 분야의 연구자들을 유력 후보자로 꼽고 있다. 첫 번째는 ‘중력파’ 연구 분야다. 중력파 발견을 이끈 로널드 드레버 미국 칼텍 물리학과 명예교수, 킵 손 칼텍 이론물리학과 명예교수 등이 거론된다. 두 번째는 만능 유전자 교정기술로 불리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연구 분야다. 이 기법을 개발해 낸 조지 처치 하버드대 의대 유전학과 교수, 장펑 MIT 의공학과 교수 등이 주목받고 있다. 세계적인 학술정보 제공기업인 ‘톰슨로이터’ 역시 중력파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유력 수상 분야로 꼽은 걸 보면, 이 두 분야가 가장 ‘핫’한 연구라는 점은 틀림없어 보인다. 톰슨로이터가 2002년부터 작년까지 예측했던 연구자 중 39명이 실제로 노벨상을 받았다.
이 두 분야는 같은 노벨상 후보로 꼽히지만 뿌리는 상당히 다르다. 중력파 연구는 순수하게 학자적인 궁금증에서 출발한다. ‘물리적 해석에 따르면 중력에 파장이 존재한다던데, 이를 실험과 검증으로 증명해 보고 싶다’는 학구적 사고에서 출발한다. 중력파 발견에 쓰인 라이고(LIGO)란 이름의 연구시설은 건설비만 6억2000만 달러(약 6820억 원)가 투입됐다. 실제 연구비를 포함하면 1조 원이 넘는 자원이 들어갔을 것이다. 이 결과는 논문으로 발표돼 인류의 지식으로 남았다.
반대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실용성 때문에 시작됐다. 최근 이 연구가 주목받는 까닭은 난치병 치료에서부터 식량문제 해결까지 광범위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근본 출발부터 산업적 응용을 고려했다고 해석해도 무리가 없다. 이 기술은 흔히 3세대 유전자 가위라고도 불리며, 2세대 유전자 가위 등장 이후 불과 몇 년 사이에 개발됐다.
노벨상을 받기 위해 순수기초과학 투자를 늘려야 하고, 무엇보다 대규모의 투자가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곤 한다. 물론 이런 투자가 과학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여지는 충분하다.
해마다 노벨상 수상 시기가 되면 ‘왜 우리나라는 노벨상을 받지 못하느냐’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심지어 노벨상 수상을 노리고 투자 전략을 짜야 한다는 이야기도 논의된다. 그럴 때면 문득 몇 해 전 인터뷰를 진행했던, 1991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에르빈 네어 독일 괴팅겐대 교수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는 “내가 노벨상을 수상한 것은 ‘세포의 신호전달 방법’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남들이 하지 않았던 새로운 학문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노벨상이라는 상장 그 자체일까, 아니면 국내 실정에 맞는 연구 분야에 집중하는 일일까.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사례를 보듯, 이제는 충분한 산업적 성과를 고려하면서도 노벨상을 노릴 수 있는 연구 분야가 늘고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이뤄지는 연구개발 투자에서, 그저 상장만을 좇아 낭비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할 때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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