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존성은 우리가 유아기에 처음 배우는 심리 기능이고 스무 살 언저리까지 요긴하게 사용하는 생존법이다. 초기 양육자로부터 충분한 정서적 돌봄을 받으며 성장한 사람은 마음에 의존성이 남지 않는다. 자립적인 사람이 되어 자기 삶을 책임지며 주체적으로 살아간다. 그렇지 못한 사람 내면에는 의존성이 그대로 남아 성인이 된 후에도 지지하고 보살펴줄 대상을 찾아 사람들 사이를 떠돈다. ‘누군가가 내게 좋은 것을 거저 주기를’ 갈망하며 결핍감에 시달린다. 한 줌 더 얹어주는 콩나물을 온정이라 여기고 소수점 아래 포인트를 격려의 수치로 읽는다. 의존성을 벗지 못한 사람이 연인을 만나면 착취하거나 착취당하는 사랑을 하기 쉽다. 권력을 잡으면 타인이 증여하는 것들을 존경의 표시나 힘의 증표로 인식하고, 간혹 타인의 것을 강탈하기도 한다.
우리 사회에 ‘주고받는 것을 냉철하게 인식해야 하는 법’이 생겼다. 구성원 개개인이 의존성을 벗고 자립과 자율의 삶을 연습하자는 제안처럼 들린다. 구성원이 저마다 주체적이고 책임감 있는 삶의 방식을 수용하게 된다면 그 제도는 우리 사회를 성장 변화의 길로 이끌 것이다. 그 전에 먼저 세계관이 뒤엎어지는 듯한 의식의 변화를 지나가야 한다.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