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경험하는 당사자의 태도도 두 가지로 나뉜다. 실패의 원인을 외부로 돌리면서 절망 상태에 오래 머무는 사람이 있다. 실패의 원인을 내부에서 찾아내어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도 있다. 고통과 좌절에 대처하는 태도가 왜 사람마다 다른지, 회복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연구한 이는 프랑스 정신분석학자 보리스 시릴뤼크이다. 그는 고통스러운 유년기를 보냈음에도 훌륭한 사회인으로 성장한 이들의 심리를 연구해 ‘복원력’이라는 개념을 제안한다. “심각한 스트레스나 역경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성공해 인정받을 만한 방식으로 살아가며 자신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능력”이라고 복원력을 정의한다.
복원력은 방어기제 쪽으로 연구가 확장됐다. 고통스러운 감정을 느끼지 않기 위해 사용하는 방어 도구 중에서 복원력이 뛰어난 이들은 주로 긍정적 방어기제를 사용한다고 밝혀졌다. 고통스러운 상황을 지식으로 이해하기, 유머로 만들기, 승화적으로 표현하기, 이타적으로 행동하기 등의 방식으로 처리한다. 보통 방어기제는 당사자를 냉동의 마음 상태로 이끈다. 긍정적 방어기제에는 세상과 소통하는 기능이 내포돼 있어 당사자를 유연하고 사회적인 사람으로 만든다. 실패와 시련을 넘어선 사람이 한층 강하고 관대해지는 배경일 것이다. 그들은 외부의 인정, 경쟁자의 향방에 신경 쓰지 않고 자기만의 내적 기준을 따라 살아간다. 모순어법과 복원력이 삶을 안내한다.
김형경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