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노무현 재가' 16일인가 20일인가.. 최대 쟁점 떠올라

바람아님 2016. 10. 18. 23:51

세계일보 2016.10.18. 18:43 


사전문의·사후통보 가릴 열쇠로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을 두고 진실공방이 격화하는 가운데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결정에 대한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재가 시점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재가 시점은 송 전 장관 회고록의 또 다른 주요 쟁점인 우리 정부가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기권 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북한에 ‘사전 문의’를 했는지, ‘사후 통보’를 했는지 여부를 포함해 노 전 대통령이 북한 입장이 담긴 쪽지를 전달받았는지 여부까지 파악할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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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 안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8일 오전 충북 진천군 덕산혁신도시 출장소
방문을 마친 뒤 ‘송민순 회고록’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말을 아낀 채 차량에 올라탄 뒤 창밖을 쳐다보고 있다.

진천=연합뉴스

송 전 장관은 회고록에서 2007년 11월20일 늦은 저녁에서야 노 대통령이 기권 방침을 최종 결정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측과 참여정부 인사들은 노 전 대통령이 주재한 11월16일 회의에서 이미 기권 방침을 결정했다고 주장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방침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던 11월21일 당시 천호선 대변인 브리핑은 송 전 장관의 주장에 힘을 싣는다. 당시 노 대통령의 싱가포르 방문을 수행 중이었던 천 대변인은 21일 현지 브리핑에서 “어제(20일) 저녁 늦게 대통령께서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과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으로부터 유엔 대북결의안 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상황과 기권방안에 대한 우선적인 검토 의견을 보고받고 이를 수용했으며 정부 방침이 결정됐다”며 “이는 최근 남북관계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천 대변인의 브리핑만 보면 ‘11월 20일 저녁 늦게’ 노 대통령이 기권 방안이 우선이라는 외교안보 참모들의 검토 의견을 보고받고 이를 수용해 재가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등 의원들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북결재 요청사건 진상조사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남정탁 기자

송 전 장관은 회고록에서 “11월20일 저녁 대통령의 숙소에서 연락이 왔다. 방으로 올라가 보니 대통령 앞에 백종천 안보실장이 쪽지를 들고 있었다. 그날 오후 북측으로부터 받은 반응이라면서 나에게 읽어보라고 건네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송 전 장관은 또 노 대통령이 그 자리에서 자신에게 “그런데 이렇게 물어까지 봤으니 그냥 기권으로 갑시다. 묻지는 말았어야 했는데…”라고 말했다고 적었다. 노 대통령이 북한으로부터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입장이 담긴 내용을 보고받았고, 20일에야 기권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문 전 대표 측은 이미 11월16일에 기권 방침을 정했다는 입장이다. 문 전 대표 대변인격인 더민주 김경수 의원은 18일 라디오에 출연해 “16일 회의에서 대통령이 기권을 결정했지만 직접 유엔에서 표결해야 할 외교부장관이 편지도 올리면서 찬성을 계속 주장하니까 입장을 발표할 수 없었다”며 “외교부 장관이 끝까지 동의하지 않는 상황에서 발표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외교부 장관을 설득해 표결 전날인 20일 저녁에 안보실장이 북한의 반응까지 종합해 대통령에게 다시 한 번 보고를 한 것 같고, 그 자리에서 외교부 장관도 표결 전날이니까 그때는 수긍했고 그러니까 발표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천호선 당시 대변인도 이날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한 입장문을 통해 “당시 저의 브리핑은 김경수 의원의 설명과 일치하다”고 주장했다. 천 전 대변인은 “결정에 주무장관이 반발하니 표결 전까지 시간을 가지고 의견을 들어주시고 설득한 것”이라며 “20일 저녁 대통령이 백 실장과 송 장관을 불러 송 장관을 최종 설득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