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6.11.08 김경필 기자 주희연 기자)
"체제 전복" 등 좌파들 구호 외치자
광장의 시민들 박수 안 치고 침묵… 유인물도 그냥 버려
"지금이 기회입니다. 이제 노동자를 위한 나라를 만들어야 합니다."
최순실 게이트 진상 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2차 촛불집회가 열린
지난 5일 오후 5시 서울 광화문광장. 자유 발언 시간에
한 천주교 신부가 "자본주의를 넘어서서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며
자본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발언을 하자
박수와 환호성으로 가득했던 광장이 일순 조용해졌다.
집회 참가자 대다수는 고개를 숙이고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거나
옆 사람과 잡담을 나눴다.
집회에 참가한 회사원 김진영(26)씨는 "최순실의 국정 농단에 화가 나서 나온 거지,
이 기회를 틈타 사회주의 혁명 같은 황당한 주장을 펼치려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으러 온 게 아니다"고 했다.
촛불집회를 '체제 전복' 같은 정치적 선동의 무대로 활용하려는 일부 좌파 단체가 일반 시민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노동자연대·사회진보연대·환수복지당 등 단체들은 두 차례 촛불집회에서 '노동개악 철폐하라' '혁명정권 이뤄내자' 등의
구호를 선창하고 유인물을 배포했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아니라 자본주의 자체를 문제삼아야 한다' '노동자 민중이 권력을 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들의 구호를 따라 외치는 시민은 거의 없었다. 유인물도 대부분 읽히지 않은 채 버려졌다.
시민들은 오는 12일 민중총궐기 집회를 준비하는 주최 측에 대해서도
"대통령 퇴진 외에 사회주의 혁명 같은 다른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요구를 쏟아내고 있다.
민중총궐기 투쟁본부 페이스북에는 '최순실 사태 전에 민중총궐기를 기획한 것은 알지만, 대통령 퇴진에 초점을 맞춰달라'
'(대통령과 여당 등) 상대가 비상식적이라고 똑같이 비상식적으로 나가면 안 된다.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춰달라' 같은 글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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