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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코너] 태극기 게양대는 No, 시민 발언대는 Yes?

바람아님 2016. 11. 10. 23:47
조선일보 : 2016.11.09 03:00

[박원순, 광화문 광장 '이중 잣대']

서울시, 2009년에 광화문 광장 조성뒤
'비우고 개방' 원칙 내세우더니…
朴시장 말에 추진… 형평성 논란 부를듯

[핫 코너] 태극기 게양대는 No, 시민 발언대는 Yes?
광화문 광장에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하자는 정부안에 반대했던 서울시가 '최순실 국정 농단'을 계기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와 시위가 늘어나자 이곳에 '시민 발언대'를 만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는 "광화문 광장에 누구든지 연사(演士)로 올라가 발언할 수 있는 발언대 설치를 실무적으로 검토 중"이라면서 "구체적인 설치 장소나 시기 등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8일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5일 광화문 광장과 도심 일대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린 직후 발언대 설치 방안을 내놓은 데 따른 것이라고 한다. 박 시장은 7일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를 통해 "집회가 끝난 광화문 거리에서 새로운 공화국에 대한 토론을 벌이는 시민들을 봤다. 끝까지 국민의 편에 서겠다"며 "헌법 제1조와 10조, 21조에 따라 국민의 의사 표현, 언론·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광화문 광장에 국민 참여의 장, 아고라를 만들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시는 2009년 광화문 광장 조성 이래 '광화문 광장은 비우고 개방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지난해 국가보훈처가 추진한 대형 태극기 게양대 설치에 반대했고, 최근 일부 보수 진영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상을 건립하겠다고 했을 때도 불가(不可)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런데 시가 나서서 집회·시위를 위해 마이크와 스피커까지 설치한 발언대를 만들어줄 경우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지만 시는 "시민 소통이라는 광장의 목적에 맞는 시설물은 설치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발언대는 동상이나 게양대 같은 영구 시설물 형태 대신 언제든지 철거할 수 있는 임시 구조물로 설치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구 시설물 설치가 아니라면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의 논의를 거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서울시 행정국장과 학계 전문가·시민단체 관계자·시의원 등 9명으로 이뤄진 이 위원회는 서울광장과 광화문 광장 등 광장 운영과 시설물 설치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을 심의한다.

서울시는 지난 2012년 청계광장에 시민 발언대를 설치했다가 2013년 1월부터 시청 지하 시민청으로 옮겨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