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45대 대통령, 트럼프] 트럼프 승리 표심 분석..저학력 백인의 분노
김현기 중앙일보 2016.11.09 16:39예상을 180도 뒤엎은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는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분석할 수 있다. 먼저 '꽁꽁 숨었던 표'들이 엄청났다. 지난 6월 영국의 블랙시트 결정과 흡사하다.
워싱턴포스트는 "저학력 백인 노동자와 달리 고학력 부유층 백인 유권자들은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특정 집단을 차별하지 않는 말이나 행동을 해야 한다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여성·무슬림 비하 발언을 일삼은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하지는 않은 채 투표장에 가서 트럼프를 찍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침묵하는 트럼프 지지자 '샤이 트럼프(Shy Trump)'의 힘이 폭발했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를 지지한 백인 유권자는 58%로 백인 유권자 비율은 2000년 78%에서 2012년 71%에 이어 69%(추산)로 감소 추세지만 아직은 절대 다수다. 백인 유권자들이 트럼프를 지지한 이유는
▶여성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강한 반감
▶히스패닉 등 소수 인종이 미국의 주도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에 대한 거부감으로 대표된다.
2008년 흑인 대통령을 탄생시키며 인종의 벽을 허문 미국이지만 여성 차별에 대한 벽은 그보다 높았다. 미국에선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1920년이 돼서야 여성에게 참정권을 부여했다. 흑인(1870년)보다 늦었다. 그 뿐 아니다. 4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 최고 권위의 오거스터내셔널 골프클럽(조지아주)은 여성 회원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정도다. 게다가 클린턴의 경우 30년가까이 워싱턴을 대표하는 기성 정치인으로 군림하며 '지나치게 똑똑한' 점이 백인 남성 유권자들의 비호감을 산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주인은 백인"이란 공감대 아래 결집한 백인들의 파워는 플로리다주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플로리다는 이날 트럼프가 10만여표 앞서 승리했다. 그러나 미 언론들은 선거 하루 전까지만 해도 "히스패닉 유권자의 조기 투표율이 2008년에 비해 103%나 뛰었다"며 "클린턴의 플로리다 승리가 가까워졌다"고 했다. 히스패닉 투표 상승률만 보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백인 유권자들의 (조기투표) 상승률은 27%에 불과했지만, 늘어난 전체 유권자수로는 히스패닉에 비해 42만명이나 많았던 점을 간과했다. 이날 최종 투표 결과에서도 백인들은 트럼프에 64%의 몰표를 줬다. 전날까지만 해도 트럼프의 당선 확률이 16%에 불과하다고 했던 뉴욕타임스는 이날 "백인들의 힘이 이날 선거를 휩쓸었다"고 경악했다.
2008년에는 49개주, 2012년에는 50개주 전체의 당락을 맞춘 여론조사 전문가 실버는 "클린턴이 히스패닉과 흑인 표를 버락 오바마만큼 못 끌어온 게 트럼프의 승인"이란 색다른 분석을 내놓았다. 2012년 오바마는 흑인 표 93%, 히스패닉 표 71%를 휩쓸었지만 이번에 클린턴은 각각 88%, 65% 밖에 얻지 못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이례적인 대통령 부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지만 그것이 클린턴으로 가지는 않았던 셈이다. 이는 선거전 마지막날 피날레를 장식한 펜실베이니아에서의 합동유세에서도 오바마 부부에 더 많은 박수가 쏟아졌던 것에서도 예견할 수 있었던 대목이다.
트럼프 승리의 또 하나의 원동력은 그 동안 민주당의 표밭이었던 러스트벨트(쇠락한 중서부 공업지대)에서의 승리다. 미시간·위스콘신·오하이오·펜실베이니아가 여기에 해당된다. 1992년 대선부터 2012년 대선까지 공화당 후보는 단 한번도 이기지 못했던 곳이다. 불과 선거 하루 전 여론조사에서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트럼프의 "당신들의 자동차산업을 멕시코가 빼앗아갔다. 그걸 내가 되돌려주마"라는 간단하면서도 뇌리에 남는 메시지는 이곳의 저학력 노동자 유권자를 혹 하게 만들었다. CNN은 "러스트벨트 유권자들의 상당수가 트럼프의 '불평등한 무역협정이 우리 일자리를 강탈했다'는 주장에 동의하고 억만장자 비즈니스맨에 표를 던졌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결국에는 "세상 한번 바꿔보고 싶다"는 미 유권자들의 변화와 개혁에 대한 열망이 트럼피즘(Trumpism·트럼프의 극단적 주장에 열광하는 현상)이란 형태로 표에 반영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CNN 방송의 출구조사 결과 대통령 선택의 기준 중 가장 높았던 것은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인물(38%)'이었다. 풍부한 경험(22%), 판단력(15%)을 합한 것보다 많았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트럼프 당선> 세계가 놀랐다..언론 "충격적인 이변" "美의 브렉시트"
연합뉴스 2016.11.09 22:328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을 누르고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외국 언론들은 대이변이 일어났다며 놀라움을 쏟아냈다.
미국 AP통신은 기성 정치 체계를 흔들고 싶은 미국 유권자들이 나라를 이끌 지도자로 사업가를 대통령으로 선택했다고 가장 먼저 당선 소식을 타전했다.
통신은 "트럼프는 변화를 원하는 유권자들의 지원 물결을 탔다"며 유권자들이 변화를 위해 트럼프의 성 추문을 용인해줬다고 해설하기도 했다.
클린턴을 지지한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승리를 "아웃사이더가 유권자의 분노를 이용해 만들어낸 충격적 이변"이라고 표현했다.
로이터 통신은 "트럼프가 갑자기 대권을 잡으면서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는 제목과 함께 선거 결과를 소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깜짝 놀란 세계가 가장 큰 경제와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한 나라를 지휘하는 트럼프와 앞으로 어떻게 지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한국 등 동맹국이 트럼프로 대표되는 대중영합주의와 극우 사상이 전 세계를 휩쓸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밖의 매체들도 일제히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클린턴 지지를 선언한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가 미국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결정과 같은 충격)를 안겼다"고 설명했다.
역시 클린턴을 지지한 영국 일간 가디언도 당선 소식을 급하게 전하며 "트럼프의 승리가 세계를 망연자실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도 "대통령 트럼프: 미국을 분열시키고 세계 정치의 새 시대를 알리는 상상할 수도 없는 현실"이라고 인터넷판 헤드라인을 뽑았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앞서 트럼프의 당선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자 "전 세계가 숨을 죽이고 아웃사이더가 백악관으로 입성하는지 지켜보고 있다", '미국 유권자가 트럼프를 대통령 자리에 올려놓으면서 세계가 놀라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방송 BBC는 "새롭고 놀라운 미국 역사의 한 장이 기록됐다"면서 "정부 경험과 공직 경험이 전혀 없는 이가 미 차기 대통령이 됐다. 그를 비판하고 비방했던 이들을 당황케하고 있다"고 전했다.
FT는 사설에선 "트럼프의 승리는 현상유지를 버리는 것을 뜻한다"면서 "지구상 가장 강력한 국가가 정부 경험이 전무한 부동산 개발업자, 동맹들과 시민 담론, 민주적 전통 등을 경멸하는 자칭 스트롱맨(strongman)을 선출했다"고 했다.
FT는 "트럼프의 승리는 서구 민주주의 모델에 대한 도전을 대변하는 것 같다"고 진단하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에 이어 나온 트럼프의 승리는 자유주의적 국제사회 질서에 또 다른 중대한 타격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FT는 "비열하고 무슬림을 미끼로 쓰는 트럼프가 일단 백악관에 들어가고 나면 변모할 것이라는 게 가장 낙관적인 전망이지만 지금 단계에선 그런 변화는 일어날 것 같지 않다. 그의 기질이 이를 허용하지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블룸버그는 분석 기사에서 브렉시트 국민투표와 민족주의적 움직임의 부상에 이은 트럼프의 승리는 "서방 해체의 신호"일 수 있다는 영국 런던에 있는 싱크탱크 국제전략연구소(IISS) 다나 앨런 선임연구원의 진단을 싣기도 했다.
언론을 통해 자주 견해를 피력하는 주요 석학들도 이례적인 대선 결과가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진보적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NYT에 기고한 칼럼에서 "우리가 (이번 선거로) 알 수 있는 것은 나와 같은 사람들이 우리가 사는 나라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동료 시민들이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고, 기질적으로도 부적절한 것이 명백한 후보에게 표를 던지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며 "미국이 인종적 편견과 여성 혐오를 넘어선 것은 아니더라도 매우 개방적이고, 관대해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모두 틀렸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이에 비해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은 트럼프의 당선에 기대를 드러냈다.
타스 통신은 야당 '정의로운 러시아'의 세르게이 미로노프 대표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의 당선으로 러시아와 미국 관계의 새 장이 열릴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미로노프 대표는 "그의 당선은 미국인들의 선택으로 러시아는 미국인들이 택한 대통령과 교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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