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活文化/생활속사진

그림 같은 가을이 간다(1)(2)

바람아님 2016. 11. 25. 23:08
한국일보 2016.11.19 04:42

[View&]그러데이션으로 표현한 가을(2)
벚나무 낙엽에 색의 풍부한 계조(그러데이션, Gradation)가 깃들어 있다.
서울 남산 산책로의 풍경이 몽환적이다. 셔터가 열렸다 닫히는 시간 동안 카메라를 이동했다.
카메라를 수평으로 이동하면서 서울 남산 풍경을 담았다.
서울 남산의 만추. 노랑부터 빨강까지의 계조(階調)가 풍부하다.

찰나의 인상은 강렬한 색채의 잔상으로 남았다. 서울 남산 산책로가 화려한 색조로 흐르고 아득한 기억 속 연인처럼 행인들의 모습은 꿈결처럼 흐릿하다. 시간에 따른 사물의 변화를 다양한 색으로 표현한 인상주의 작품을 보는 듯한 착각이 즐겁다. 셔터가 열렸다 닫히는 순간 카메라 위치를 이동하는 방법으로 떠나가는 가을을 담았다. 덕분에 날카로운 형체의 경계는 사라졌고 자연스러운 색채의 변화(그러데이션, Gradation)만이 두드러진다.


문 밖을 나서 움직이는 가을의 색깔 놀이를 즐겨보자. 낙엽이 지닌 색조에 따라 일일이 늘어놓고 비교하는 수고도 필요 없다. ☞관련기사: 낙엽 색깔 따라 가을은 흐른다(http://www.hankookilbo.com/v/2b638811b7ae4aeb8b430df5838d453a)

시시각각 짙어가는 이파리의 색깔을 따라 가을은 흘러간다. 회색 담벼락에 빼곡한 담쟁이 잎도 저마다 다채로운 색깔로 떠나는 가을을 표현하고 있다. 아직 초록으로 한창인 어린 잎부터 검붉게 타버린 것까지, 손톱만한 이파리 한 장에도 초가을부터 늦가을의 색이 공존한다.


까마득히 높은 나뭇가지에서 길바닥으로 가을의 절경이 옮겨가고 있다. 나무가 저마다 화려한 단풍 옷을 벗기 시작한 건 그 아름다움이 절정에 달한 순간부터였다. 거리에 수북한 낙엽은 이 가을이 지나온 흔적, 그 위를 뒤덮은 색깔의 흐름이 눈길을 사로 잡는다. 발걸음을 멈추고 노랑 주황 빨강, 색깔을 세어 본다. 신비한 색채의 마술 쇼는 이제 절정을 지나 끝자락으로 치닫고 있다.


류효진기자 jsknight@hankookilbo.com

박서강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서울 중구 소월로의 담쟁이 넝쿨.
서울 중구 소월로.
느티나무 낙엽.
서울 용산구 후암동의 한 공원 바닥에 떨어진 낙엽. 일부러 그러데이션 효과를 준 듯한 색채의 흐름이 눈길을 끈다.
서울 남산 산책로.



낙엽 색깔 따라 가을은 흐른다

[View&]그러데이션으로 표현한 가을(1)

한국일보 : 2016.11.16 04:40

가을, 초록으로 오더니

노랑ㆍ주황ㆍ빨강으로

어느새 떠날 채비

층층나무(위)와 단풍나무 낙엽을 잔잔한 색조의 흐름에 맞춰 가지런히 늘어놓았다.


병아리 발자국을 연상시키는 중국단풍 이파리의 그러데이션(Gradation).


툭툭, 꽃잎처럼 낙엽이 진다. 기별도 없이 찾아올 땐 언제고 가을은 벌써 슬그머니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p>병아리 발처럼 앙증맞은 중국단풍잎부터 벚나무, 단풍나무, 어른 손바닥만한 층층나무 이파리까지 저마다 울긋불긋 변신을 서두른다. 계절의 임무교대는 참으로 일사불란하다.


화려하게 세상을 물들이며 이별을 고하는 가을, 거리에 뒹구는 낙엽은 이 가을이 남긴 발자국이다. 거리에 공원에 수북이 떨어진 ‘낙엽꽃잎’들을 주워 모았다. 한 나무에서 진 이파리지만 동색(同色)을 찾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색깔을 띠고 있다. 자연의 섭리란 얼마나 신비하고 창의적인가. 미묘한 색조의 흐름을 따라 낙엽을 늘어놓고 보니 스쳐가던 가을이 판타지 속 피에로처럼 함빡 웃고 있다.


층층나무, 은행나무, 단풍나무 등 여러 종류의 낙엽으로 만든 그러데이션에서 판타지 속 피에로의 환한 미소가 떠오른다.

색조의 흐름 따라

낙엽을 늘어놓으니

피에로처럼 함박웃음

가을은 초록부터 시작됐다. 아직 파릇한 이파리가 낙엽으로 떨어진 것도 순전히 가을 탓이다. 기온이 내려가면서 뿌리부터 잎맥까지 이어지던 수분 공급이 줄고 가지와 잎자루의 견고한 이음새는 나약해졌다. 스치는 바람, 날리는 빗방울에도 이파리는 힘없이 떨어지고 말았다. 억울함도 아쉬움도 초록 낙엽 위에 함께 쌓인 채 가을은 깊어 갔다.


초록을 뒤덮은 노랑은 가을을 인증하는 신분증이다. 이파리마다 점점이 내려앉더니 금세 가을을 수놓았다. 지천에 널린 노랑은 똑같이 눈부셔도 자세히 보면 각기 다른 색이다. 밝은 노랑부터 어두운 노랑까지 차례로 세워보면 그 차이가 확연하다. 초록부터 시작해 노랑에서 정점을 이룬 은행잎은 다시 옅어지며 말라 흩어지고 있다.

쌀쌀한 기운이 내려앉은 세상은 노랑을 벗어나 주황을 향해 달음질쳤다. 사실 어디까지가 노랑이고 어디서부터 주황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가을 색은 한 방향을 향해 거침없이 흘러간다.


째깍째깍 돌아가는 가을 시계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빨강, 한 여름 녹음마저 부러워할 궁극의 색이다. 온 대지가 활활 타오르는 듯한 강렬함 덕분에 가을의 색감은 다른 계절을 압도한다. 그러나 절정의 황홀함은 오래 가지 않는다. 주위에선 거무튀튀하게 마른 이파리들이 이른 추위에 오그라든 채 흙으로 돌아가고 있다. 존재의 덧없음에 밀려든 허탈함도 잠시, 낙엽 시계는 또다시 초록을 가리킨다. 돌고 도는 인생처럼 가을은 어김없이 왔다가 흘러가길 반복하는 중이다.


박서강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류효진기자 jsknight@hankookilbo.com

권수진 인턴기자(한양대 철학과 4)


진한 정도가 각기 다른 은행잎을 이용해 또 다른 은행잎 모양을 만들었다.


여러 종류의 낙엽으로 만든 ‘심쿵’ 하트.


층층나무 낙엽 그러데이션.


중국단풍잎의 잎자루로 만든 그러데이션.

벚나무 낙엽으로 활활 타오르는 촛불을 표현했다.

초록부터 노랑, 주황, 빨강을 지나 오그라든 단풍잎까지 늘어놓은 원형 그러데이션. 끝없이 돌고 도는 가을 시계는 우리 인생과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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