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미스’는 성차별적 호칭이다. 남성은 결혼 여부와 관계없이 미스터(Mr)인데 여성에게만 결혼 여부에 따라 미스(Miss)·미시즈(Mrs)를 구분하고, 전자 뒤에는 아버지의 성을, 후자 뒤에는 남편의 성을 붙이는 서구 가부장제의 산물이다. 그래서 ‘미즈(Ms)’를 비롯한 대안적 호칭이 제안돼 온 지 오래다.
하지만 그 자체로는 직접적 혐오 표현이라기보다 일상 속에 공기처럼 편재해 무심하기 쉬운 차별적 용어에 가깝다. 사용하는 맥락에 따라 보다 모멸적 의미를 지닌다. 커피나 타 오는 존재로 취급받아 온 많은 직장의 ‘미스’들처럼.
민주주의는 원래 일사불란할 수 없다. 광장에 백만의 시민이 있으면 백만의 의견이 있다. 일상화된 차별과 혐오에 상처받고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이들의 의견이 있고, 그보다는 창작자의 전체적 의도에 공감하면서 광장에서 함께하길 바라는 이들의 아쉬움도 있다. 일단 비판을 담담히 수용하고 공연을 취소당한 거리에 시민의 한 사람으로 선 왕년의 ‘악동’의 의견도 있다.
다른 의견들을 솔직히 드러내고 치열하게 부딪치되 이를 계기로 상대의 입장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볼 기회를 갖고 차이를 좁혀 가는 것이 민주주의일 것이다.
문유석 판사·『개인주의자 선언』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