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이시네요’에 대해 가장 반발이 컸다. 사실을 얘기한 건데 잘못이냐, 난 미남이라는 소리 들으면 좋기만 할 것 같다(가정법인 점이 슬프다), 그 정도 말도 못하면 삭막해서 어찌 사냐, 강동원·현빈이 그런 소리 하면 괜찮고 아재가 하면 욕먹는 거야(알면서 왜 할까?). 듣는 이는 혹시 몰라도 다른 여성들이 불쾌할 수 있다는 반론이 나왔다. 동료로서 함께 일하는 관계인데 이성으로서 매력을 평가받는 것 같아 불쾌할 수 있다는 말까지는 나오지 않았다.
사회 풍조가 이렇게 가면 무서워서 이성에게 말도 못 걸고 독신이 늘 거라는 푸념이 나왔다. 글쎄다. 미국이나 유럽 남성들이 무서워서 이성에게 접근 못한다는 말은 못 들어 봤다. 규칙이 공유되면 그 안에서 새로운 자유가 생긴다. 흙바닥에 줄을 긋고 경계를 정했기에 야구라는 게임이 가능한 것이다. 능숙한 선수는 선을 지키면서 자유자재로 진루한다. 경계는 불편한 것이 아니다. 경계는 곧 모두를 위한 자유다.
문유석 부장판사·『개인주의자 선언』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