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7.01.20 홍승기 배우·인하대 로스쿨 교수)
이인화(본명 류철균)가 구속된 날 서가에서 '인간의 길'을 집었다.
박정희를 미화했다고 인터넷에서 공격받는 책이다.
서문에서 작가는 '인간의 길' '혁명의 길' '나의 조국' 순서로 출간될 3부작 10권 중 첫 번째 책이라고 썼다.
1993년 출간된 '영원한 제국'을 아껴 읽었다.
복거일의 '비명을 찾아서' 이후 가장 맛나게 읽은 소설이다.
후루룩 읽고 던지는 책이 있고, 단어와 문장을 음미하며 읽는 책이 있고, 슬쩍 들춰보고 꽂아만 두는 책이 있다.
'영원한 제국'은 두 번째 경우이고, '인간의 길'은 마지막 경우였다.
딱 20년 전에 이화여대 교정에서 그를 만났다.
어느 TV 방송 프로그램의 진행자로서 그를 인터뷰한 기회였다.
그날 '인간의 길' 1·2권을 선물 받았다. 책장에 끼워놓고 펼친 적이 없다.
10년 전쯤 그를 다시 만났다. 문화산업포럼 월례 모임에 연사로 나왔다.
스토리텔링을 주제로 게임에 빠진 자신의 일상을 양념으로 깔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었다.
소설은 작파(作破)하고 교수 생활만 즐기는 듯했다.
이인화를 처음 만난 날 '인간의 길'을 받아들고 당황했었다. 언론도 관심을 주지 않았으니 생경한 제목이었다.
30대 초반의 지식인이 박정희에 몰두하다니, 그가 외계인처럼 느껴졌다.
그는 변명조로 설명했다. "우리 현대사에서 박정희만큼 드라마틱한 인생을 산 인물이 없습니다."
'드라마틱'이라는 단어에는 공감하였으나 전도양양한 그가 공력을 기울일 대상으로는 엉뚱한 듯했다.
외국 출장길에 이인화가 종종 떠올랐다. 아시아와 구(舊)러시아와 남미에서 여전히 곤궁한 변방의 시민들을 만날 때마다
그가 말한 '드라마틱한 인생'의 함의를 생각했다.
'체육특기생'에게 학점 주었다고 이인화를 구속하였다.
방송사 카메라가 호송차 앞에 선 그의 얼굴을 가깝게 잡았다.
황망함과 분노가 표정에 가득했다. 그의 황망함에 한 표를 보탠다.
체육특기생이 어떻게 학교에 다니는지, 너도 알고 나도 안다.
구속 수사, 그거 재미 삼아 하는 것 아니다.
블로그내 이인화 관련 : [당신의 리스트] 소설가 이인화의 세상 모든 스토리 중의 스토리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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