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7.03.16 박상일·출판사 '수류산방' 방장)
5년 전 '한국원시창조순환논리'라는 원고를 우연히 보았다.
뜻 모를 다이어그램이 빼곡했는데, 간간이 들어오는 용어는 홍익인간·실사구시 등이었다.
전부터 역사책에 '신화'라고 등장하는 '홍익인간'이 영 뜬금없다고 느껴왔다.
어느 민족의 기원 신화에 '사람을 이롭게 하라'는 고차원 생각이 저토록 명징하게 언명되던가.
그러던 차에 뵙게 된 분이 도시건축 비평가 조영무(85) 선생이다.
선생의 부친은 대목(大木) 출신 건축가 조승원(1901~1987)으로,
1925년 도편수 한성룡을 사사하러 갔을 때의 일화가 재미지다.
"돗자리에 목침 하나 갖고 오라" 한 후 "잘되었다고 생각하는 집을 골라서 그 처마 밑에 누워 어찌 생겼는지,
보고 보고 보기를 그치지 마라"고 하더라는 것이다.
몇 달 그리했더니 어느 한순간 머릿속에서 그 집의 구조가 3차원으로 훤히 보이더라는 것.
이것이 대상의 본질을 끝까지 파고들면 앎에 이른다는 격물치지(格物致知)가 아니었을까.
우리 선조는 삶과 문화를 어떻게 디자인했을까, 그 디자인의 정신은 어떤 것이었을까,
우리 문화의 허약함은 그 구조가 체계로 이어지지 못함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은 선생은 한국 건축과 조형의
고유한 원리를 탐구하기 시작한다.
고대 문헌을 연구하면서 그 안의 개념들이 지닌 구조를 찾아 날실과 씨실의 형태로 체계화한다.
이 네트워크가 '한국원시창조순환논리'다.
'홍익인간'이라는 이념도 혼자 하늘에서 똑 떨어진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개념이 경위(經緯) 대각(對角)으로 네트워크해
가능했을 것이고, 여기에 대각의 방향성(벡터의 성질)이 더해지면 다이내믹한 역사가 창발할 것이다.
선생은 이 연구에 30년 가까이 매진하다 실명 위기를 맞기도 했다. 선생의 부친처럼 그야말로 '격물치지'했던 것이다.
선생의 연구가 이 비정상의 문화와 역사를 바로잡는 데 귀한 지렛대가 되길 마음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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