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고전·고미술

[가슴으로 읽는 한시] 송화(松花)

바람아님 2017. 4. 22. 07:51

(조선일보 2017.04.22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송화


사월이라 송화 피어

잎마다 노란 색깔


산바람이 흩어버려

뜨락 가득 향기롭다.


술에 섞어 담근다고

이웃들아 웃지 마라.


이게 바로 산 늙은이

노쇠 막는 처방이다.

松花


四月松花葉葉黃

(사월송화엽엽황)


山風吹散一庭香

(산풍취산일정향)


傍人莫怪和新釀

(방인막괴화신양)


此是山翁却老方

(차시산옹각로방)


가슴으로 읽는 한시 일러스트


석천(石川) 임억령(林億齡·1496~1568)은 명종 때의 저명한 시인이다. 


늦봄에서 초여름으로 넘어가는 음력 사월이면 온 산에 송홧가루 날리는 때 

산바람이 송홧가루를 실어다 집 안팎을 노랗게 물들였다. 

석천은 그 송화를 털고 거둬서 술을 담글 때 섞었다. 

한가롭게 객쩍은 짓 한다며 남들이 비웃을 것도 같지만 무료함도 달랠 겸 송화를 섞어 술을 담갔다. 

그 술은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송화주(松花酒)다. 

독특한 향이 있는 술이나 보릿고개 때 허기를 채우는 음식 구실도 했다. 

남들에게는 술꾼의 가당찮은 변명으로 들려도 내게는 무병장수의 오묘한 처방이니 뭐라 하지 마라. 

꽃가루 날리기 시작하니 곧 곳곳에서 송홧가루 펄펄 날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