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송민순 전 장관이 쓴 회고록에서 비롯된 논란으로 문 후보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로부터 날 선 공격을 받고 있다. 안보관에 이어 정직성까지 의심받는 상황에 몰리면서 그제 진행된 대선후보 2차 TV토론에서도 그는 십자포화의 표적이 됐다. 가뜩이나 답답하고 짜증 나는 대선후보 토론이 그 때문에 더 재미없어졌다는 불만이 나만 느끼는 불만일까.
지난해 출간한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에서 송 전 장관이 밝힌 대로 2007년 11월,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에 찬성할지 기권할지 결정하는 과정에서 노무현 정부가 북한에 물어본 게 사실이라면 이는 말할 것도 없이 잘못이다. 특히 북한에 물어보자는 결정을 한 사람이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문 후보였다면 그의 대북관이나 안보관은 의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 문 후보는 계속 말을 바꾸며 부인해 왔다. 처음엔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가 다음엔 문의가 아니라 통보라고 하더니 그다음엔 국정원을 통한 탐문이라고 해명했다. 안보관도 문제지만 거짓말은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문제가 처음 불거진 것은 지난해 10월, JTBC의 태블릿PC 보도로 국정 농단 사태가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곧바로 탄핵 정국에 묻히면서 흐지부지됐다. 그렇다고 이 문제가 끝까지 묻혀 지나갈 것으로 생각했다면 순진하기 짝이 없다. 경쟁 진영 후보들이 이런 호재를 가만히 두고 볼 리 없다. 특히 선거 때마다 불그죽죽한 색깔을 칠해 상대를 제압하는 기술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구 보수 입장에서는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최고의 호재였을 것이다.
불씨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에 대비해 마땅히 문재인 캠프는 명쾌한 논리와 확실한 반론을 준비해 놓고 있었어야 한다. 한창 훈풍이 돌던 당시의 남북관계를 감안해 내린 결정이었지만 지금처럼 남북관계가 꽉 막힌 상황에서는 결코 생각할 수 없는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솔직하고 당당하게 인정하고 넘어갔다면 문제가 이토록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기억이 잘 안 난다느니, 다른 사람들의 기억은 다르다느니 하며 우물쭈물하다 여기까지 끌려온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