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敎養·提言.思考

[감성노트] 칭찬

바람아님 2017. 5. 6. 07:48
국민일보 2017.05.05. 17:23
마르크 샤갈의 ‘산책’

우리는 문제를 찾고 비판하는 데 익숙하다. 인간의 뇌는 비교하고, 판단하고, 평가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이런 능력 때문에 인류가 진화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그게 뭐야. 다른 사람은 잘하던데. 너는 그게 문제야”라는 부정적인 말이 먼저 튀어나온다. 이 말은 별다른 노력 없이 쉽게 나오지만, 타인을 향한 긍정적 표현은 부단히 노력해야 자연스럽게 나온다. 이게 인간의 본성이다.


작은 일에도 칭찬하라고 조언하면 많은 사람들이 어색해하며 이렇게 말한다. “같이 산 지 20년 된 아내에게 새삼스럽게 감사라니요.” “자꾸 칭찬하면 버릇 나빠져요.” 가족이 가구가 되면, 칭찬도 사라지고 만다.

애써 칭찬해줘도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다.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일처리를 깔끔하게 잘하던데. 수고했어”라고 하면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나한테 또 일 시키려고 저런 말 하나’라며 경계한다. 칭찬 받고 좋아하는 모습을 금방 드러내면 자신을 쉽게 볼까봐 애써 표정을 숨길 때도 있다. 칭찬을 덥석 받아들이면 겸손하지 않은 사람으로 비칠까봐 “과찬입니다. 운이 좋아서 일이 잘 풀린 것뿐이에요”라고 에둘러 말하기도 한다.


제대로 된 칭찬은 타인의 장점을 치켜세우는 게 아니다. 외모, 옷차림, 심지어 재능도 칭찬의 이유가 될 수 없다. 한 사람의 고유한 본성, 마음 깊은 곳의 진짜 자기는 타인이 칭찬한다고 쉽게 부풀어오르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칭찬 받지 못했다고 진정한 나의 존재 가치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타인을 향해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찬사는 그로 인해 내가 받은 감동을 표현하는 것이다. “당신 덕택에 행복해. 고마워”처럼 말이다. “아들, 100점 맞았구나. 잘했어”라는 표현에는 수직적 평가가 녹아 있다. 이런 말을 반복하면 타인의 평가에 휘둘리는 사람이 되고 만다. “잘했다”라는 표현보다 “좋은 기분을 느끼게 해 줘서 고마워”가 제대로 된 칭찬이다. “우리 딸 똑똑한 걸”보다 “네가 노력하는 모습을 보니 아빠가 뿌듯하구나”라고 내가 받은 느낌을 중심에 두고 표현하는 게 좋다. 상대에 대한 비교, 판단, 평가가 아니라 그 사람의 존재로 인해 내가 받은 감동을 표현하는 게 진짜 칭찬이다.


김병수(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