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7.06.13 안석배 논설위원)
김상곤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김문수 전(前) 경기도지사를 처음 만난 건 1970년 서울 공릉동에 있던
서울대 교양과정부에서였다고 한다. 경영학과 2학년 김상곤은 같은 과 신입생 김문수를 '후진국사회연구회'라는 서클에
가입시켜 학생운동을 같이 했다. 이듬해 위수령(衛戍令)으로 서클은 강제 해산됐다. 김상곤은 강제 입대하고, 김문수는
노동 현장으로 갔다. 서클엔 심재권 민주당 의원도 있었다. 뉴라이트 경제학자 이영훈 서울대 명예교수도 그때 징집됐다.
▶인생행로는 엇갈리고는 한다.
그중 어떤 이는 운동권 이념에 계속 매달렸고, 어떤 이는 거기서 벗어나 보수의 이론가가 됐다.
2009년 경기도교육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김상곤은 경기지사로 있던 김문수와 39년 만에 다시 만났다.
그러나 이미 과거와 같은 동지는 될 수 없었다. 김상곤은 한신대 교수가 된 후 민교협과 교수노조를 이끌었다.
김문수는 노동운동 하다 여당 의원이 됐다. 둘은 무상 급식, 국제고 설립 등을 놓고 사사건건 부딪쳤다.
▶김상곤은 우리나라 선거에서 '무상(無償)' '공짜' 구호를 유행시킨 장본인이다.
2009년 교육감 선거 때 내놓은 '무상 급식' 파워는 대단했다.
당시 여권은 돈 없어 안 된다고 했지만 표심(票心)은 급속히 무상 쪽으로 쏠렸다.
그 여파로 이듬해 선거에서 진보 교육감이 6명 당선됐고, 4년 후엔 13명으로 늘었다.
무상 급식, 무상 학비, 무상 교복 같은 '무상 시리즈'가 진보 교육감 시대를 열었다.
교육감 선거로 끝나지 않았다.
어느 때부턴가 보수-진보 할 것 없이 모두 "공짜로 주겠다"고 경쟁했다.
누구도 늘어나는 재정 부담을 얘기하진 않았다.
▶2013년 경기지사 당내 경선에 나선 김상곤은 '무상 버스' 공약을 내놓았지만 이번엔 실패했다.
2년 후 문재인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문 대통령은 그에게 당 혁신위원장을 제안했고, 올해 대선에선 선대위원장을 맡겼다.
고교 학점제,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 같은 교육 공약이 그의 손을 거쳤다.
▶김 내정자가 청문회를 통과하면 진보 교육감 출신 첫 교육부 수장(首長)이 된다. 교육계는 태풍 전야다.
그는 "외고·자사고 같은 특권 학교를 없애겠다" "수능 절대평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나하나가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교육계를 편 가르기 하고 학교를 이념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편에선 지역별 대표 국립대를 키워 대학 서열화를 조금이나마 완화시킨다면 그 자체로 의미 있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이념과 포퓰리즘은 빼고 교육과 미래만 보고 걸어가는 교육부 장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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