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구스가 맹독의 코브라를 물어뜯는 장면을 해외 여행지에서 본 적이 있다. 뾰족한 주둥이로 코브라를 공격할 때는 전광석화처럼 빨랐다. 생긴 게 덩치 큰 쥐 같았지만 겉과 달리 사납고 잔혹했다. 몽구스와 미국은 무관하지 않다. 쿠바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 제거에 나설 때 작전의 이름으로 내걸었다. ‘몽구스 작전(Operation Mongoose)’이 그것이다.
미국은 사실상 식민지이던 쿠바를 사회주의자 카스트로가 지배하게 된 현실을 용납할 수 없었다. 1960년 3월 카스트로 정부를 전복시키기 위한 미국의 공식 결정이 비밀리에 내려졌다. 4개월 뒤 CIA 주도로 쿠바인 망명자부대가 피그만으로 침공했다. 이 작전이 실패하자 흉흉해진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NSC에서 승인한 게 몽구스 작전이다.
기밀해제된 자료에서 드러난 몽구스 작전은 추악하다. 쿠데타 기도는 기본이고 음모와 공작이 판친다. 이런 것도 있었다. 카스트로와 측근들에게 공공연한 적대적 반응을 유발해 ‘쿠바는 세계평화에 대한 위협’이라는 이미지를 조작한 뒤 무력으로 정권 파괴를 정당화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쿠바 관타나모만에서 미국 선박을 자폭시켜 쿠바에 덮어씌운다는 시나리오도 세웠다. 케네디 암살로 카스트로 제거작전은 종료됐지만 쿠바 경제봉쇄는 오바마정부까지 이어졌다.
쿠바가 소련을 업고 핵미사일 사건의 기지가 된 적은 있지만 직접적인 군사적 도발을 한 적은 없다. 그런데도 케네디가 몽구스 작전을 벌인 것은 안마당에서 반기를 드는 것을 용인할 만큼 미국이 관용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제2, 제3의 몽구스 작전은 이어진다. 이라크 사담 후세인은 한때 미국의 친구였지만 9·11테러 이후 희생자가 됐다. 이라크는 초토화됐고 후세인은 교수대에 섰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전쟁 명분인 대량살상무기(WMD)를 끝내 찾지 못했다.
북한이 레드라인을 밟았다. 쿠바, 이라크와 달리 미 본토에 군사적 위협을 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측근은 “김정은이 잠을 편히 자서는 안 된다”고 했다. 말이 씨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백영철 대기자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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