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림사(少林寺)는 중국 허난성(河南省) 쑹산(嵩山)에 있는 사찰이다. 이 절은 서기 496년 북위 효문제 시절 창건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선종(禪宗) 5가의 한 종파인 임제종의 본산이기도 하다. 불교 전파보다 이 절이 우리에게 친숙한 것은 바로 무술이다. 530년부터 이곳에서 9년간 면벽수련을 한 달마대사는 허약해진 몸을 회복하기 위해 인도에서 들여온 수행법을 무술로 발전시켰다고 한다. 소림 무술은 이후 중국 고유 무술로 인정받으며 연마됐다. 1980년대에는 중국 최고지도자 덩샤오핑이 복원에 관심을 쏟기도 했다.
이 무술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게 된 것은 영화의 영향이 크다. 리샤오룽(李小龍), 청룽(成龍) 등 유명 배우들이 소림사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 출연하며 전 세계에 소림 무술을 알렸다. 73년 상영된 ‘용쟁호투’에선 소림 무술을 지도하던 리샤오룽이 외딴 섬에서 열리는 격투기 대회에 참가하는 스토리가 전개된다. 청룽은 76년 영화 ‘소림목인방’의 주연을 맡으며 유명해졌다.
그렇다보니 한국에서도 70, 80년대 유년기를 맞은 남자아이 치고 취권, 사권, 당랑권 등 소림 무술을 흉내 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렇듯 소림사는 이제 무술을 넘어 중국의 문화 콘텐츠가 됐다. 지금도 소림사에선 5000여명의 수련생이 무술을 연마하고 있다. 또 매년 7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전 세계에서 몰려들고 있다.
국정기획위원회가 최근 문재인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과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이 중 체육 부문에서 눈에 띄는 게 있다. 바로 ‘태권도 문화콘텐츠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주 태권도 문화콘텐츠화 추진위원회를 발족시키기로 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태권도를 단순한 무예가 아닌 문화·관광과 연계되는 융합 콘텐츠로 발전시켜 전 세계에 보급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소림사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국기원에 따르면 태권도는 고조선 시대부터 우리 민족과 함께해 전 세계로 뻗어간 무술이자 스포츠다. 소림 무술보다 훨씬 역사가 깊다. 또 태권도는 한류의 원조다. 60년대 산업 역군들이 해외로 떠나면서 함께 수출된 태권도는 한국과 한국인을 알리는 주역이었다. 태권도가 한국, 한국이 태권도로 통했다. 정부에서 이번 태권도 문화콘텐츠를 잘 만들고 운영해 태권도가 소림사를 뛰어넘었으면 한다.
모규엽 차장,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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