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복 그림에 새겨진 놀라운 비밀
춘정에 물들다(2) 혜원이 남녀의 춘정을 어떻게 그려냈는지 두번째 그림을 함께 보시겠습니다. 신윤복 「소년전홍」간송미술관
이 그림에서 남자의 행위는 좀 더 노골적으로 나타난다
남자가 여자의 손목을 확 잡아끌고 있다 남자의 사방관 속에 상투가 있는 걸로 봐서 남자는 결혼을 했다그리고 여자는 형색으로 보아 몸종인 듯싶다 당시에는 가슴이 살짝 보이는 짧은 저고리가 유행이었다.
“저 기생오라비같이 생긴 남자가 봄날의 갈급한 색정을 주체 못하고 마당을 지나가는 몸종의 손목을 잡아끌고 있군요 아무래도 남자의 아내가 집을 비운 상황 같아요 그런데 몸종은 엉덩이를 쭉 빼고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도 또 한 편으로는 머리를 긁적긁적하면서 서방님 마님이 돌아오실 시간이 된거 같은데요 하는 표정으로 응대하고 있습니다. 이 그림의 제목은 소년전홍(少年剪紅)이다 젊은이가 붉은 꽃을 꺾는다는 뜻이다.
혜원은 이 몰지각한 유부남을 손가락질하며 나무라기라도 하는 것일까 혜원의 생각은 역시나 그가 적어놓은 제발 속에 숨어있다.
빽빽한 잎에 짙은 초록이 쌓여가니 密葉濃堆綠(밀엽농퇴록)
가지가지 붉은 꽃잎 떨어뜨리네 繁枝碎剪紅(번지쇄전홍)
초록은 청춘의 엽록소를 뜻합니다 녹음이 짙어지면 꽃도 자연히 떨어지게 되어있죠. 욕정을 자연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자연의 순리라는 거예요 혜원은 이번에도 남자의 욕정을 옹호하고 있군요 그럼 다음 그림은 어떨까요.
신윤복 「삼추가연」 간송미술관
이번 그림은 다소 수위가 높다. 무엇을 그려놓은 그림일까. 이 그림은 조선 화단에
유일하게 남은 초야권을 사는 장면이다. 초야권이란 첫날밤의 권한을 뜻한다.
중세 서양에서는 봉건영주가 자신이 다스리는 마을 처녀들의 초야권을 가지고 있었다. 처녀들이 시집을 가기 위해서는 영주와 먼저 첫날밤을 치러야했다. 그리고 조선시대에는 공공연히 기생들의 초야권이 매매가 되었다. 단, 초야권을 살 때는 기본적으로 세 가지를 보장해줘야 한다. 우선 상단기간 동안 먹을 음식을 제공해주어야 하고, 또 그 기간만큼 입을 옷을 제공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원앙금침 한 채를 해줘야 한다. 초야권을 사는 풍속에 관한 내용은 당대의 기록에 남아있다. “그림 속의 남자는 옷을 입고 있나요? 벗고 있나요? 입고 있다고 봐야합니다. 왜냐하면, 남자의 상투를 한번 보세요. 머리카락이 다 삐져나와 있습니다. 그리고 여자를 보세요. 아직 속옷을 다 추스르지 못했습니다.
이미 저 들판에서 일을 다 치른 거예요. 저 어린 기생은 황망하기 짝이 없는 상태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반해, 남자는 야심을 채운 눈빛과 낯빛입니다.”
그리고 남녀의 사이에 늙은 할미가 보인다. 깡마르고 간교해 보이는 할미는 남자에게 큰일 치렀다고 술잔을 권하면서, 어린 기생을 달래고 있다. 이 할미는 어린 기생에게 “이제 네 팔자는 핀 거다. 이 서방님이 너한테 뭐도 해주고 뭐도 해줄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 할미가 바로 매춘을 중개하는 뚜쟁이다. 이 할미는 오늘 일로 두둑이 자신의 중개료를 챙길 것이다. 신윤복은 이 그림에 다음과 같은 글귀를 적어놓았다.
국화꽃 쌓인 집은 도연명이 사는가 秋叢繞舍似陶家 빙 두른 울타리에 해가 기우네 遍繞籬邊日漸斜
꽃 중에 국화를 편애해서가 아니라 不是花中偏愛菊
이 꽃 지면 다른 꽃이 없다네 此花開盡更無花
“혜원은 참 뻔뻔스러운 장면을 그려놨습니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힌 것은 혜원이 그림에 써놓은 시입니다 저 시는 당나라 원진의 시를 따온 것입니다 마지막 두 구절이 저 서방의 시커먼 뱃속과 겹칩니다.
내가 이 여자를 사랑한다기보다는 이 여자가 아니면 다른 여자가 나타나지 않을 거 같아 라는 뜻이에요 이 얼마나 뻔뻔하고 의뭉스러운 그림입니까 혜원은 남녀의 춘정을 그릴 때도 풍자와 해학 면에서 조선 화단을 통틀어 최고였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보실 두 개의 그림은 여러분도 잘 아시는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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