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北韓消息

美엔 경고, 日엔 과시, 한국은 무시

바람아님 2017. 9. 1. 09:49
조선일보 2017.08.31. 03:15

[갈수록 오만해지는 김정은]
미국엔 - "태평양 괌 견제의 전주곡.. 미국 언동 계속 주시"
일본엔 - "상공 가로질러 日 기절초풍할 대담한 작전 펼쳐"
한국엔 - 한마디 언급조차 안해.. 일관되게 철저히 무시

북한은 30일 관영 매체를 통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전날 평양 순안공항에서 이뤄진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발사를 참관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미국에 대해선 경고와 협상의 사인, 일본에 대해선 위협 신호를 보냈다. 한국에 대해선 언급을 하지 않았다.


검은 인민복 차림의 김정은은 쌍안경으로 발사 장면을 지켜본 뒤 크게 웃으며 "실전 운영에서 좋은 경험을 쌓았을 것"이라고 포병들을 칭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9일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하는 등 미국 내 분위기는 험악해지고 있지만, 김정은은 여유를 보이는 모습을 외부에 의도적으로 내보낸 것이다.

평양 순안공항 활주로서 미사일 지켜보는 김정은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29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의 시험 발사를 지켜보고 있다. 북한 선전 매체들은 30일 김정은이 미사일 발사에 대해“태평양상에서 군사작전의 첫걸음이고, 침략의 전초기지인 괌을 견제하기 위한 의미심장한 전주곡”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은 그러면서 미국을 향한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이번 발사가 "태평양상에서의 군사작전의 첫걸음이고 침략의 전초기지인 괌을 견제하기 위한 의미심장한 전주곡"이라며 "앞으로 태평양을 목표로 삼고 발사 훈련을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전략군이 진행한 훈련은 미국과 졸개들이 벌려놓은 '을지프리덤가디언' 합동군사연습에 대한 단호한 대응 조치의 서막일 따름"이라며 "우리는 미국의 언동을 계속 주시할 것이며 그에 따라 차후 행동을 결심할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은 또 "107년 전 한·일 합병이란 치욕스러운 조약이 공포된 피의 8월 29일에 잔악한 일본이 기절초풍할 대담한 작전을 펼쳤다"며 "예정된 비행궤도를 따라 일본 혹가이도(홋카이도) 오시마반도 에리모갑(곶) 상공을 가로질러 통과하여 북태평양 해상에 설정된 목표수역을 명중 타격했다"고 했다. 일본 본토 타격 능력을 과시한 것이다. 김정은은 한국은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 북한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을 "처지에 어울리지 않는 헛소리"라고 평하는 등 핵·미사일 문제에서 한국을 철저하게 무시하는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다.


김정은이 이처럼 한국을 무시하며 미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맞상대하겠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한반도 안보 구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를 거의 손에 넣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은 올해 들어 유사시 미 증원군을 차단할 중장거리 미사일 능력을 입증했고, 지난달에는 미국 본토를 겨냥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능력도 과시했다. 미국·일본 등이 제재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중국·러시아의 방조와 '대화'를 얘기하는 한국 정부를 활용하며 '핵탄두를 탑재한 ICBM 확보'란 최종목표에 근접한 것이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전화통화를 갖고 "일본 상공을 통과한 중거리탄도미사일 발사는 도발을 넘어 이웃 국가에 대한 폭거"라고 말했다. "양 정상은 북한에 대한 압력을 극한까지 높여 북한이 스스로 먼저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