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人文,社會

[서지문의 뉴스로책읽기] 자아실현의 명암

바람아님 2017. 10. 31. 08:54

(조선일보 2017.10.31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72] 강상중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재일 한국인으로 일본에서 크게 '출세'한 지식인으로 강상중 교수가 있다.

이런저런 매체에서 강 교수를 접할 때마다, 도쿄대학 정교수 지위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고단하고

힘겨운 투쟁을 해야 했을까 하는 생각에 안쓰럽다.


그런데 그의 최근 저서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에서 그는 구직난으로 고통받는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자아실현에 목매지 말라"고 충고하고 있다. 와세다대학 출신으로 도쿄대학의 정교수가 되기까지 곁눈질

한번 안 하고 외길로 매진했을 것 같은 강 교수다. 그런데 그가 젊은이들에게 "한 가지 일에 전부를 쏟아부어 스스로를

궁지로 내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면서

"한 우물만 파다가 구멍이 막히면" 낭패가 크므로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양한 관심을 개발하고,

자신을 멀리서 관찰하는 마음의 여유를 갖기"를 권한다.


'자아실현'. 한국인에게는 얼마나 만감을 자아내는 말인가?

민주 국민이 되고 나서도 처음엔 먹고살기에 급급해서 자아실현은 사치였고,

웬만큼 살 만해진 뒤에도 내 앞날을 부모가 정해 주었다.

내 배우자를 내가 선택하겠다면 '불효' 아니었던가. 여자는 출가하면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봉사 3년'으로 살았던 것이 먼 옛날은 아니었다.


자아실현이란 내가 설계한 인생을 살면서 내 능력을 개발해서

내 인생을 나에게 즐겁고 남에게 쓸모 있게 만들자는 이상인데,

우리에게는 오랫동안 값비싼 외제 물건 같은 것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자아실현이라는 단어가 여기저기서 솟아나더니

어느 틈에 자아실현이 모든 사람, 적어도 모든 청춘의 목표이자 과제처럼 되었다.

여기에는 저서로, '청춘 콘서트'라는 이름의 강연으로 자아실현을 전도한 인물들의

역할이 컸다.

나 역시 모든 국민이 자아를 실현하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취업조차 어려운 현실에서

젊은이들이 자아실현을 추구하다가 좌절할까 봐 근심이 된다.



세상은 장애와 장막이 너무 많은데 자아실현을 반드시 해야 실패한 인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자기 비하와 절망을 피하기 어렵지 않겠는가.

자아실현을 모색하는 사람이 많은 사회는 발전하고 생동적인, 시에 고뇌가 많은 사회이다.

반면 사람들의 꿈이 소박한 사회는 편안하고 안정적인 사회이다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강상중교수 인터뷰)
"나를 지키며 일하려면... 올인하지 말라, 스스로를 궁지에 몰지 말라"

(조선일보 2017.10.14 김지수 기자)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
저자 강상중/ 노수경역/ 사계절출판사/ 2017/ 229 p.
199.1-ㄱ246ㄴ/ [정독]인사자실(새로들어온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