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 95% 죽인 지구 대멸종, 총 5차례
6번째 대멸종 이미 시작, 인간이 앞당겨
태평양 한 가운데 한반도 3배 쓰레기 섬
허리케인·해일 등 기후변화, 지구의 경고
지구기온 백년간 1도 상승, 6도면 대멸종
지나친 육식 과잉, 한국 20년새 2배 늘어
비만 사망자 연간 300만, 테러는 7000명
키타이는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모험을 떠납니다. 이 행성엔 각종 맹수와 식인 식물이 가득합니다. 그리고 이 때 알게 되는 놀라운 사실. 이들이 불시착한 곳은 다름 아닌 지구였습니다. 1000년 전 지구는 극심한 환경오염으로 인간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하고 맙니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인류는 지구를 떠나 ‘노바 프라임’이라는 새로운 행성에 삶의 터전을 마련하죠. 반면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오염의 주범이었던 인간을 공격하게 진화돼 있었습니다.
조난신호기를 찾아가는 여정에서 키타이는 매 순간 생과 사의 기로에 놓입니다. 그 때마다 공포에 떠는 아들에게 사이퍼가 차분히 말합니다. “위험은 현실이야, 하지만 두려움은 선택이지. 현실은 받아들이는 거지만 선택은 네가 결정하는 거야.” 아버지의 진심어린 조언에 용기를 얻게 된 키타이는 이후에도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겼지만, 포기하지 않고 성공적으로 자신의 임무를 완성합니다.
그런데 또 한 가지 기억에 남는 건 영화 속에서 인간이 살 수 없을 만큼 지구가 크게 오염되고, 그런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인간을 죽이게끔 진화됐다는 겁니다. 지구의 입장에선 인간이 살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자정작용의 일환이었다는 거죠. 즉 인간의 과도한 욕망과 무분별한 개발, 그리고 이로 인한 환경오염은 지구에겐 하나의 큰 질병이었던 셈입니다. 영화는 상상 속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뭔가 모를 찝찝함이 계속 남아 있는 건 꼭 비현실적인 이야기만은 아닐 거란 우려 때문입니다.
세계자연기금(WWF)은 매년 ‘생태환경 초과일(Earth Overshoot Day)’을 선포하는데 이는 1년간 지구가 제공하는 생태자원을 모두 써버린 날짜를 뜻합니다. 인간이 지구의 1년 치 생태자원을 모두 써버리기 시작한 건 불과 40년도 안 된 일입니다. 1970년 12월31일이었던 생태환경 초과일은 올해는 8월2일이었고 앞으론 더욱 빠른 속도로 날짜가 앞당겨질 겁니다. 언젠가는 이 날짜가 3월, 2월이 되고 급기야는 1월이 될 날도 오겠죠.
이처럼 지구는 계속 한계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이 시대 최고의 천재 중 한명으로 불리는 스티븐 호킹 박사는 길게는 100년, 짧게는 30년 안에 지구를 떠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등으로 지구에 더 이상 살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이유입니다. 영화 애프터 어스의 이야기처럼 현대판 노아의 방주를 만들어 다른 행성으로 떠나야할 날이 곧 다가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 어디에도 영원한 종은 없습니다. 어느 생명체든 언젠간 멸종을 하고 말죠. 다만 과거엔 자연의 변화에 의해 멸종이 이뤄졌으나 지금은 인간이 만들어낸 기술과 그로 인한 오염으로 멸종이 앞당겨지고 있다는 겁니다. 즉, 인간 스스로 멸종을 자초하고 있다는 이야기죠.
이처럼 대멸종은 주로 자연의 법칙에 따라 일어나기에 멸종 자체를 막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우주의 섭리를 거스를 순 없단 이야기죠. 다만 문제는 인간 스스로 멸종을 앞당기고 있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6번째 대멸종이라고 부르죠. 그리고 이미 대멸종의 초입에 들어와 있다는 게 이들의 분석입니다. 인간이 대멸종을 앞당기고 있다는 의미를 포함해 지질학자들은 현재의 시대를 ‘인류세’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6번째 대멸종의 가장 큰 신호는 지구온난화입니다. 화석에너지 사용 등으로 온실가스 배출이 늘면서 지구의 기온이 계속 높아지고 있죠. 현재 지구의 온도는 19세기에 비해 약 1도가량 높아진 상탭니다. 지금보다 기온이 1.6도 더 오르면 지구 생명체의 18%가 멸종하고, 2도 오르면 빙하가 사라진다고 합니다. 또 3.5도 오르면 해수면 높이가 7m 상승하면서 바다에 잠기는 나라들이 많아질 겁니다. 최종적으로 6도 이상 오르면 대멸종이 완성돼 모든 인간은 없어질 거라는 전망입니다.
실제 지질학자들의 분석에서 흥미로운 것 중 하나는 인류세의 대표 화석이 닭뼈가 될 것이란 설명입니다. 공룡의 뼈가 중생대의 트라이아스기부터 백악기까지를 대표하는 화석인 것처럼 현 시대의 대표 화석은 닭뼈가 될 거란 이야기죠. 얀 잘라시비치 영국 레스터대 교수처럼 인류세를 지지하는 지질학자들은 20세기 중후반부터 급격히 늘어난 닭 소비량이 인류세의 개념을 규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물론 닭 자체가 생물의 멸종을 부르진 않습니다. 닭과 소, 돼지 등으로 대표되는 가축이 크게 늘면서 자연 상태에서 생물 종간의 균형이 깨지고 있다는 게 문제죠. 전 세계의 소는 약 13억 마리, 돼지와 양은 10억 마리 정도가 존재합니다. 반면 동물의 왕인 사자는 4만 마리도 안 되고 판다는 1000여 마리만 남았습니다. 가축화 된 개는 4억 마리에 달하지만 야생 늑대는 20만 마리가 채 되지 않습니다. 인간이 식량으로 쓰기 위해, 또 반려동물로 키우기 위해 가축동물의 개체 수가 급격히 늘면서 생태계의 균형이 깨지고 있다는 거죠.
그런데 전 세계 육류 소비량은 1995년 2억t에서 2015년 3억1000t으로 56% 늘었습니다. 1인당 평균 소비량도 27.5㎏에서 34.1㎏로 증가했죠. 특히 한국은 같은 기간 170만t에서 330만4000t으로 2배가량으로 늘었습니다. 세계식량기구(FAO)는 육류 소비량이 2050년에 현재 수준보다 70%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개발도상국가를 제외한 나라들에선 지난 수 십 년 간 폭발적으로 육류 소비가 늘었고, 이는 곧 영양과잉 문제를 야기합니다.
유발 하라리에 따르면 2010년 전 세계에서 테러로 죽은 사람은 7697명이지만, 비만 관련 질병으로 죽은 사람은 300만 명에 달합니다. 인간은 테러·전쟁·핵무기로 죽는 게 아니라 많이 먹거나 또 운동을 하지 않아서 죽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일상생활의 욕심과 나태가 그 어떤 전쟁 무기보다 위험하다는 것이죠.
자, 그럼 이제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요? 6번째 대멸종이 시작된 지금, 이전처럼 손을 놓고 있다면 그 시기는 더욱 빨라져 우리의 아들·딸, 손주들이 직접 그 피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우리가 살아 생전에 대멸종을 겪을 가능성은 낮겠죠. 하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는 6번째 대멸종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기가 올 겁니다. 그 때의 후손들은 일찌감치 이 문제를 고민하지 않고 멸종의 시기를 앞당겨 온 현재의 우리들을 원망하게 되겠죠.
더욱 가슴 아픈 건 이렇게 중요한 이슈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국가 지도자들이 문제 해결에 앞장서지 않는다는 겁니다. 오히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처럼 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한다며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사람들도 있죠.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우리들 자신 때문입니다. 미래에 다가올 대멸종을, 지금의 환경오염과 기후변화를 우리의 일이 아니라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도자들도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는 겁니다. 당장 먹고 살기 급급하고, 생존하는 게 삶의 목표였던 시대에는 이런 고민을 할 여력이 없었죠. 그런데 지금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인간혁명이 중심이 돼야 하는 4차 혁명 시대에는 지구와 자연, 그리고 미래를 생각하는 실천이 필요합니다.
2016년 경주에선 진도 5.8의 강진이 발생해 큰 충격을 줬습니다. 지진에 있어서만큼은 안전지대라고 여겼던 한반도에서 발생한 강진이었기에 많은 이들이 겁에 질리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이 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선 이상기온 현상과 예상치 못한 허리케인·토네이도 등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해수면 상승과 쓰나미 같은 일들이 많아지는 건 어쩌면 지구가 우리에게 던지는 심각한 경고일지 모릅니다. 지금처럼 함부로 지구를 사용하고, 다른 생물 종을 파멸로 이끌며 생태계를 파괴한다면 이른 시일 안에 우리에게 더 큰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겁니다.
영화 ‘애프터 어스’에서 아빠가 아들에게 했던 말(Danger is real, but fear is choice)을 조금 변형해보면 현재의 환경오염과 기후변화는 현실이지만, 우리가 앞당기고 있는 멸종의 문제는 선택입니다. 남의 나라 대통령만 뭐라 욕할 게 아니라, 우리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에 옮겨 보면 어떨까요. 아무렇지 않게 평소에 쓰는 일회용품과 쓰레기부터 줄여보는 것 말이죠.
#인간혁명은 매주 토요일 아침 업데이트 됩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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