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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가장 넉넉한 집

바람아님 2017. 12. 5. 08:52





                          이 세상에서 가장 넉넉한 집


                          이 세상에서 가장 넉넉한 집은

                          당신 마음속에 들어앉은 생각의 집이다.

                          대문도 울타리도 문패도 없는 한 점 허공 같은

                          강물 같은 그런 집이다.

                           

                          불안도 조바심도 짜증도 억새 밭

                          가을 햇살처럼 저들끼리 사이좋게 뒹굴 줄 안다.

                           

                          아무리 달세 단칸방에서 거실 달린 독채 집으로

                          이사를 가도 마음은 늘 하얀 서리 베고

                          누운 겨울들판처럼 허전하다.

                           

                          마침내 34평 아파트 열쇠 꾸러미를 움켜쥐어도

                          마음은 아파트 뒤켠

                          두어 평 남새밭만큼도 넉넉지 못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분양 받기 힘든 집은

                          마음 편안한 무욕의 집이다 그런 집에서

                          당신과 함께 살고 싶다.

                           

                          때묻고 구김살 많은 잡념들은

                          손빨래로 헹구어내고 누군가가

                          수시로 찌르고 간 아픈 상처들도

                          너와 나의 업으로 보듬고 살자 어쩌랴

                           

                          나의 안에 하루 하루 평수를 늘려 가는 고독의 무게

                          지워도 지워도 우리 삶의 인터넷 속에 무시로 뜨는

                          저 허망의 푸른 그늘을

                           

                          이젠 고독밖에 더 남지 않은 쓸쓸한 비밀구좌

                          모두모두 열고 좋은 생각으로 버무린

                          희디흰 채 나물에 고집스런 된장찌개가

                          끓는 밥상 앞에 당신과 마주앉아

                          따스한 얘기를 젓가락질하고 싶다.

                           

                          출처 : 좋은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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