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橫設竪設

[횡설수설/이진]스마트폰 無관용 정책

바람아님 2017. 12. 29. 09:48
동아일보 2017.12.28. 03:02


1968년 프랑스에서 촉발된 ‘68혁명’은 대학 당국의 여자 기숙사 출입 금지에 대한 반발이 계기가 됐다. 당시 파리 낭테르대 학생들이 ‘사랑할 자유’를 내세워 대학 측의 권위와 통제에 맞선 것이 불씨였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 때 구호였던 ‘자유 평등 박애’ 중에서도 가장 첫 번째가 자유다. 프랑스인들은 자유가 꽃피우려면 관용, 즉 톨레랑스(tol´erance)가 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고 본다. 프랑스에선 고속도로의 제한속도가 시속 130km인 도로에서 150km까지 과속해도 봐주는 때가 많다. 그 20km 차이를 ‘톨레랑스’라고도 한다


▷관용의 나라 프랑스가 무관용(앵톨레랑스·intol´erance)을 내세웠다. 정부가 내년 9월부터 초중학교 학생들은 교내에서 휴대전화를 아예 못 쓰게 하는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수업시간은 물론이고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등 학교 안이라면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10명 중 9명이 스마트폰을 쓰는 프랑스 12∼17세 청소년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지만 프랑스 정부의 태도는 단호하다.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에 푹 빠지는 현상은 프랑스도 예외가 아니다. 학생들이 스마트폰 때문에 쉬는 시간에 더 이상 뛰어놀지 않는다고 장미셸 블랑케르 교육장관이 개탄할 정도다. 스마트폰 몰입은 교육적으로도 문제지만 학생들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우려가 가득하다. 한 학부모단체가 “학생 수만큼 수거함을 설치하는 것이 가능한가”라고 반대론을 제기했지만 블랑케르 장관은 “장관회의를 시작하기 전에 휴대전화를 맡겨두는 방식을 학교를 포함해 다른 집단에서도 실행할 수 있다”며 흔들리지 않는다.


▷한국은 프랑스와는 거꾸로 가고 있다. 지난달 국가인권위원회는 경기도 한 중학교가 교내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금지한 것은 통신의 자유 등 기본권을 제한한 것이라며 개선 권고를 내렸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상의해 각 학교 사정에 맞는 휴대전화 사용 규정을 만들라는 취지다. 인권위는 경기도교육청에도 같은 취지로 관내 학교들을 점검하라고 했다. 자유의 나라 프랑스와 동방예의지국 한국이 반대로 가고 있다. 어느 쪽이 옳은 방향인가.


이진 논설위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