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2018.01.19. 18:13
지난 2005년 8월 31일 제16회 아시아 육상 선수권대회에 참석한 북한 응원단이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모습. |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응원단 230여명을 파견한다. 과거 남한에 내려왔던 응원단은 지금까지도 ‘미녀응원단’으로 회자하고 있다. 남한 체류 기간 내내 이들은 가는 곳마다 숱한 화제를 뿌렸고 많은 관심을 받았다. 아직 이들이 내려오기도 전인데 벌써 남한에 올 미녀응원단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남다른 것 같다. 북한이 2000년대처럼 2018년에도 외모가 돋보이는 젊은 여성 위주로 구성된 응원단을 꾸리고 있다면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여성이 외모로만 평가받는 구시대도 아닐뿐더러 얼굴이 예쁘고 몸이 날씬하고 키가 커야만 응원을 할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에 오는 북한 응원단은 작위적 느낌이 강한 미녀응원단보다는 남녀노소 자연스럽게 뒤섞인 구성이었으면 한다. 혹여 젊은 여성이 다수 참여하더라도 이들에게 ‘미녀응원단’이라는 수식어를 붙이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평소 보기 어려운 북한의 예술단과 응원단이 내려온다니 어느 정도의 호기심과 관심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올림픽 자체보다 올림픽 경기에 초대된 북한 손님이 더 화제가 되는 것은 너무나 기형적이다. 우리의 많은 관심과 응원이 필요한 대상은 올림픽 경기만 바라보고 오랜 기간 묵묵히 땀 흘리며 노력한 선수들이다. 그런데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와 정부 모두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에만 초점을 두는 인상이다. 마치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보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에 더 큰 의미를 두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그게 아니라면 선수들 의사를 충분히 수렴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을 밀어붙이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2005 인천 아시안게임 때 응원하는 리설주 2005년 인천 아시아육상경기대회 당시 남녘을 찾은 북한 응원단이 한반도기를 펼쳐들고 응원하고 있다. 응원단에는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의 아내 리설주(원 안)도 보인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김민서 외교안보부 기자 |
해외를 자주 드나드는 지인은 최근 한국의 관문인 공항은 물론 도심에서도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알리는 선전물이 눈에 띄지 않아 의아하다는 얘기를 했다.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와 관련한 소식이 쏟아지고 있는 것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북한 대표단은 대북 여론이 과거와는 많이 달라진 상황에서 남한에 온다. 자칫 올림픽 경기장은 텅텅 비어있고 북한 대표단과 일부 단체 간 장외충돌 사태라도 빚어지면 평창동계올림픽의 평화올림픽 의미는 퇴색될 수 있다. 올림픽의 역사적 명장면은 억지로 어색하게 구성된 남북 단일팀 경기뿐만이 아니라 모든 경기장에서 나와야 한다.
김민서 외교안보부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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