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18.01.07. 07:00
일본인 사로잡은 고양이, 그리고 '네코노믹스'
그 외에도 일본 만화 중엔 고양이를 소재로 한 작품이 무수히 많습니다. 만화 뿐일까요.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등의 영화와 ‘고양이의 보은’ ‘루돌프와 많이 있어’ 등의 애니메이션이 떠오릅니다.
━ 일본의 반려묘 수 반려견 앞질러
일본에는 ‘고양이 섬’도 있습니다. 후쿠오카 북쪽에 있는 아이노시마(相島)입니다. 이 곳의 인구는 470여 명인데 사람 수의 5분의 1이 넘는 100마리의 고양이들이 섬 곳곳을 누비며 살고 있습니다. 관광객들을 태운 배가 도착하면 고양이들이 떼로 몰려 나와 맞이하는 장면으로 유명하죠. 아이노시마는 지난해 8월 애묘인으로 유명한 가수 에드 시런에게 섬을 찾아 달라고 요청하는 초대 영상을 보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 복을 부르는 고양이 ‘마네키 네코’
일본인들의 고양이 사랑은 역사를 거슬러 올라갑니다. 11세기 초 헤이안 시대에 쓰여진 고전 소설 『겐지이야기(源氏物語)』에도 귀족들이 고양이를 애완동물로 키웠다는 기록이 등장합니다. 에도 시대(1603~1867)에 인기였던 그림 우키요에(浮世絵) 중엔 고양이를 모티브로 한 그림이 많죠.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고양이는 가게 입구나 기념품 점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마네키 네코(招き猫)’입니다. 치켜든 손(발?)으로 행운과 복, 손님을 부른다고 합니다. 왼손을 든 고양이는 손님을 부르는 것이고 오른손은 돈을 부르는 것이라고 전해집니다. 양 손을 다 들고 있는 고양이도 있습니다.
또 하나는 도쿄 다이코구의 이마도(今戸) 신사에 전해 내려옵니다. 근처에 살던 한 노파가 가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키우던 고양이를 버려야 했습니다. 그날 밤 노파의 꿈 속에 고양이가 작별 인사를 하러 나타납니다. 잠에서 깬 노파는 고양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아 인형을 만들었고, 이를 신사에 참배 오는 손님들에게 판매하면서 유명해졌다는 설입니다. <『키워드로 여는 일본의 향』(제이앤씨), 『일본 일본인 일본 문화』(다락원) 참조>
━ 1인 가구 급증, 고령화도 반려묘 인기의 원인
일본에서는 1990년대 반려견이 유행이었습니다. 시추, 말티즈, 토이 푸들 같은 작은 개가 특히 사랑을 받았죠.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며 반려 동물로 개보다는 고양이를 선택하는 사람이 급속하게 늘어납니다. 이유가 뭘까요.
일본페트용품공업회 관계자는 아사히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르기 쉬운 것”을 가장 큰 이유로 들고 있습니다. 고양이는 영역을 중시하는 습성 탓에 매일 데리고 나가 산보를 시킬 필요가 없고, 짖지 않아 이웃에 폐가 될 염려도 적습니다. 개에 비해 몸집이 작기 때문에 노인들도 돌보기가 쉽습니다. 1인 가구가 급증하고, 노년층 인구가 증가하면서 고양이가 상대적으로 함께 하기 편한 동물로 여겨진다는 겁니다. 단독 주택이 많던 과거엔 집을 지킬 목적으로 개를 키우는 사람도 많았지만, 아파트 등의 공동 주택이 늘어나며 개보다는 고양이를 선택하는 사람이 늘었습니다.
━ 고양이 팩 서비스, 고양이 부동산도 등장
유별난 사랑을 뽐내는 만큼, 고양이를 위한 다종 다양한 서비스가 존재합니다. 고양이 카페는 이제 도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고, 고양이와 함께 하는 요가 프로그램도 애묘인 사이에 인기입니다. 요가에 ‘고양이 자세’라는 게 있죠. 고양이를 본따 자세가 생겼을 만큼 고양이는 관절이 유연해 많은 동작이 가능하다고 하네요.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최근에는 고양이의 미용과 건강을 위해 팩과 뜸 등을 서비스해주는 업체가 생겨났다고 합니다. 허브 등을 배합한 용액에 담가 두었던 따뜻한 천으로 고양이의 몸을 감싸는 ‘고양이 팩’은 보습 효과 뿐 아니라 정전기를 방지해 털 엉킴과 털 날림을 막아 준다고 합니다. 1회에 1000엔(약 9400원)에서 3000엔(약 2만 8000원) 정도의 비용이 듭니다.
‘네코노믹스’로 인한 경제효과 연간 약 22조원
한국에는 아직 반려동물을 따로 집계한 수치가 없다고 합니다. 반려동물을 포함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집계한 전국 개와 고양이 사육 추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개가 513만마리(73%), 고양이가 189만마리(27%)로 추정됩니다. 몇년 전 통계긴 하지만 아직 한국에는 반려견의 수가 반려묘보다 훨씬 많습니다. 하지만 주위만 둘러봐도 최근 몇 년 사이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삼는 사람들이 급속히 많아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고양이의 인기가 강아지를 넘어설 날이 멀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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