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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佛교육장관의 '學力 키우기'

바람아님 2018. 1. 24. 08:40
조선일보 2018.01.23. 03:14


요즘 프랑스 TV나 일간지에 얼굴이 가장 자주 보이는 장관은 외교, 국방, 재무장관이 아니다. 교육부 장관인 장 미셸 블랑케가 가장 튀는 뉴스의 인물이다. 그는 논란이 되는 교육 정책을 쏟아내며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이달 초 블랑케는 인지신경과학자인 스타니슬라 드엔을 자신의 자문위원장으로 앉혔다. 드엔은 뇌(腦)가 숫자와 언어를 처리하는 과정을 연구해 세계적 명성을 얻은 학자다. 드엔뿐 아니라 자문위원회에는 경제학자, 수학자, 심리학자, 통계학자 등 실증 학문의 권위자들이 대거 포진했다.


이들의 견해를 모아 과학적이고 정밀한 교수법(敎授法)을 개발해 일선 학교에 보급하겠다는 게 블랑케의 구상이다. 교사의 자율을 중시하는 프랑스 교육계가 반발하지만 뚝심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블랑케는 명문 경영전문대학원 에섹(Essec) 학장을 지냈다. 그를 교육 수장(首長)으로 투입한 것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학교의 낡은 관행을 깨뜨리겠다는 의지의 표출이다.


블랑케는 이에 화답하듯 취임하기 무섭게 마크롱식(式) 실용주의를 일선 학교에 불어넣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까지 공부하기로 돼 있는 사칙연산을 2학년까지 미리 끝내는 쪽으로 교과과정 변경을 결정했다. 중학교에서 이중 언어 수업을 확대할 것과 초·중·고에서 합창(合唱)을 정규 과목으로 편성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합창이 학생들 간의 유대감을 키울 수 있고 암기 능력 향상에도 도움 된다는 연구 결과를 근거로 했다.


그는 수업 집중을 이유로 오는 9월부터 초·중학교에서 스마트폰 일절 사용 금지 방침도 정했다. 뿐만 아니다. 학교별 수준 편차를 줄이기 위해 교사들이 배정을 꺼리는 학교에 근무할 경우 상여금을 더 주겠다는 약속도 했다.

프랑스 일부 교육계 인사들은 블랑케에 대해 '독불장군 같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방법이 다소 파격적일 뿐 블랑케는 '학교 교육의 본래 가치'를 정조준하고 있다. 학교를 공부 열심히 하고, 학력을 키우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일관되게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시선을 돌려 우리는 어떤가. 현 정부의 핵심 교육 정책인 외고·자사고 폐지나 수능 절대평가 전환은 학생들의 역량 향상과는 거리가 멀다. 겉모양만 교육 정책일 뿐 지지층 의견 영합(迎合)에 급급한 '이념 정책'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유치원·어린이집 방과 후 영어 수업 금지 등을 놓고 오락가락하는 것도 그렇다. 교육 정책에 '본래 가치'보다 '이념'의 색깔이 짙어질수록 학교와 사회 전체의 경쟁력은 떨어질 것이다. 작년 봄 마크롱 정부와 문재인 정부는 비슷한 시기에 출범했다. 경제 정책만 반대인 게 아니라 교육 정책도 180도 다른 길을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