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02.05 이지훈 세종대 교수·혼창통아카데미 주임교수)
넷플릭스 前최고인재책임자가 쓴 '파워풀:자유와 책임의 문화만들기'
자유로운 질문과 솔직함이 성공비결
어느 회사에서 중요한 의사 결정을 놓고 의견이 양분됐다.
대립하는 두 부서의 고위 임원이 대놓고 으르렁댄다.
한국 같으면 사장이 술자리에 두 임원을 불러 억지 화해를 시키려 할 가능성이 크다.
논쟁은 봉합됐을 뿐 끝나지 않고, 결정은 지연된다.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업체 넷플릭스에선 다르게 처리한다.
두 임원을 강당 연단에 올려 세운 뒤 임직원들 앞에서 공개토론을 시킨다.
단, 논쟁은 사실에 기반을 둬야 하며, 패배를 깨끗이 승복해야 한다.
넷플릭스의 전 최고인재책임자 패티 매코드가 쓴 '파워풀:자유와 책임의 문화 만들기'는
뼛속까지 솔직함을 강조하는 문화에서 이 회사의 고속 성장 비결을 찾는다.
인터넷으로 영화를 서비스하는 이 회사는 작년 한 해 가입자가 2380만 명 늘어나 1억1760만 명에 이른다.
주가는 작년에 55% 뛴 데 이어 올 한 달 만에 다시 41% 올랐다.
이 회사 직원들은 미심쩍은 게 있으면 지위 고하 막론하고 질문한다. 이를테면 이 회사의 엔지니어는 마케팅 담당자에게
이렇게 묻는다.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700만달러를 썼다고 들었어요.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알려주시겠어요?"
때때로 나오는 신선한 질문은 새로운 통찰을 얻는 계기가 된다.
이 회사의 신입사원 연수에서 콘텐츠 책임자가 영화의 유통 순서에 대해 설명했다.
극장에서 개봉한 뒤 호텔 객실에 공개하고, DVD를 배포하고, 다음에 넷플릭스가 구매해 인터넷으로 서비스하는 순서다.
한 신입사원이 질문했다.
"왜 그런 식이어야 하죠? 멍청해 보이는데요." 콘텐츠 책임자는 충격을 받았다.
왜 그렇게 하는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질문은 기존의 모든 선입관에 도전하게 했고,
시리즈물의 전편(全篇)을 동시에 개봉하는 혁명적인 배급 방식을 시도하는 계기가 됐다.
눈치껏 알아서 하는 게 미덕인 조직이 많다.
그러나 구성원이 가장 힘들어할 때는, 회사가 어떤 상황이고 경영진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모호할 때이다.
내 일이 회사의 큰 '맥락'과 연결되지 않는 경우이다.
넷플릭스의 헤이스팅스 회장은 "우수한 직원이 바보 같은 짓을 했을 때, 관리자는 그들을 탓할 것이 아니라,
맥락을 제대로 제공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말단 영업사원도 회사의 손익계산서를 보게 한다.
왜 주주들에게는 분기별로 실적 설명 행사를 하면서 가장 중요한 종업원에게는 그러지 않느냐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문답법을 통해 사물의 본질에 파고들었다.
맥락을 알려라. 질문하게 하라. 침묵하는 대신 토론하게 하라. 호기심을 권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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