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읿 2016.07.16 남정욱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겸임교수)
[남정욱의 명랑笑說]
민중이 개·돼지라며 신분사회 옹호한 공무원…
가장 나쁜 사회는 꿈 꿀 희망조차 없는 사회… 우린 지금 어디로 가고있나
그런 건 소설에서나 나오는 얘기인 줄 알았다.
자고 났더니 커다란 벌레가 되어 있었다는 황당한 소설 '변신' 말이다. 자고 일어났더니 개, 돼지가 되어 있었다.
영화 대사에서 인용했다고 하는데 참신한 맛은 없다.
개, 돼지같이 식상한 표현 말고 "민중은 오리, 펭귄이다"같이 알쏭달쏭했으면 이렇게 난리가 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민중은 개·돼지요, 먹고살게만 해주면 된다"고 했다는데 제대로 먹고살게 해주지도 못하면서 조금 뻔뻔하신 거 같다.
하긴 그 신분으로는 어려운 일이겠다.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고도 했단다.
신문 안 보고 사시나 보다. 벌써 그렇다. 이미 그렇게 가는 중인데 웬 뒷북이냐.
자본주의가 네 세대를 왔으면 어느 정도 신분 고착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좋다는 얘기가 아니다.
1960~70년대 한국 사회가 활기찼던 것은 계층 상승의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노력해서 자기 대에 이루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자식들의 삶은 더 나아질 것을 확신했다.
공장에서, 더운 나라의 모래바람 속에서, 탄광에서 아버지들은 당장의 고단을 아이들의 미래와 맞바꿨다.
집에서 자라는 희망을 생각하면 고생은 고생이 아니었다. 그리고 현실에서 보상받았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사회의 상층부로 갈 수 있는 문들이 닫히기 시작했다.
가장 나쁜 사회가 희망 없는 사회다. 우리는 지금 가장 나쁜 사회로 가고 있다.
계층이 닫힌 사회는 고인물과 같아 위 아래로 다 썩는다. 위는 나태와 사치로 썩고 아래는 절망과 빈곤으로 썩는다.
역사책 어디를 펴봐도 결론은 같다. 망한다. 망하지 않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공동체에 위기가 닥칠 때마다(가령 전쟁 등으로) 상층부에서 먼저 나가 죽는 경우다.
그런데 그건 전쟁이 일상이었던 고대에서나 가능했고 아무리 가깝게 잡아봐야 양차 대전 당시의 영국 귀족들 정도가 그렇다.
삼대가 모이면 짝 맞는 내외가 하나 정도였다.
닫힌 사회는 대외적으로도 가망이 없다. 같은 종족에게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 사회가 외국인에게 개방 같은 걸 할 리가 없다.
다민족이 모여 제국을 건설한 사례는 많다. 로마가 그랬고 몽골이 그랬고 영국이 그랬고 미국이 그렇다.
단일 민족이 제국을 추구하면서 타 민족을 눈 아래로 깔고 본 제국은 다 망했다. 최악의 제국주의 국가였던 나치의 제3제국이
그랬고 일본 제국주의가 그랬다. 결론은 정체된 사회는 안팎으로 다 망한다는 거다.
그리고 개, 돼지는 그렇게 함부로 낮추어 입에 올릴 동물이 아니다.
예로부터 개는 충직과 신의의 동물이다.
술 취해 잠든 주인 산불에서 구하자고 제 털에 물 묻혀 불을 끈 뒤 지쳐 죽은 개 이야기는 고전이다.
주인이 죽자 그 묘 앞에서 시묘살이 3년 채운 개도 있다.
포대기에 싸여 버려진 아기를 몸으로 품어 눈 속에서살려낸 개도 있다.
돼지는 왜 또 그 대접이냐.
사람이 그렇게 키워서 그렇지 돼지는 세상에서 가장 깔끔하고 청결한 동물 중 하나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는 시가 있다.
살짝 바꿔서 들려드린다. "돼지라고 함부로 대하지 마라/ 너는 구워먹으라고 남에게 제 살 한 덩어리
기꺼이 던져 준 적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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