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2018.04.29. 12:00
국립생물자원관 "국가생물자원으로 존치 조치"
일본 고유종 식물로 알려진 '괭이눈(Chrysosplenium grayanum)'이 한국에서도 105년 만에 발견됐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전라남도 영광군청과 이달 초 영광군 일대를 조사해 '괭이눈'의 국내 자생지를 처음 확인했다고 29일 밝혔다.
1913년 일본 생물학자 나카이(Nakai)가 제주도 한라산에 분포한다고 보고했으나 이후 국내에선 문헌기록 외에 실체가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남 영광군 괭이눈의 자생지 면적은 100㎡ 내외로 약 500여개체가 서식해 안정적인 개체군을 형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장미목 범의귀과에 속하는 식물 '괭이눈'은 황금색 꽃이 피는 특징을 가져 '황금의(Chrysos)' '비장(spleen)'이란 학명이 붙었다. 10㎝ 내외 크기로 식물 전체에 털이 없고 수술이 4개다. 산지의 물이 흐르는 습한 곳 주변에 주로 분포한다.
1957년 일본 생물학자 하라(Hara)가 괭이눈 분포지역을 일본으로 한정, 일본 고유종으로 국제 학술지(Journal of the Faculty of Science, the University of Tokyo)에 보고하면서 그동안은 괭이눈을 일본에서만 볼 수 있는 식물로 받아들여왔다.
국내에도 괭이눈으로 판별된 표본이 일부 존재했으나 국립생물자원관이 주요 형질을 지난해 4월부터 1년간 조사했더니 다른 식물을 잘못 판별한 것으로 드러났다. 크기가 작아 건조표본으로 제작하면 꽃, 수술의 수 등 주요 형질 분간이 어려워 판별이 잘못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주요 포털과 백과사전 등에서 '괭이눈'으로 검색해 나오는 식물도 괭이눈속 선괭이눈을 오인해 잘못 기재한 것이다. 수술이 8개고 잎이 장미 문양(로제트잎)이라면 괭이눈이 아닌 선괭이눈이다.
그러나 이번에 국립생물자원관이 발견한 괭이눈은 현장에서 형태적 특징을 확인하고 현미경 미세 관찰 및 유전자 신분증 격인 'DNA바코드' 분석 결과, 일본 괭이눈 DNA와 99.7% 일치했다.
국립생물자원관 관계자는 "괭이눈이 일본에만 분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존재하는 것을 증명했다"며 "문헌기록에만 존재하던 괭이눈의 실제 표본과 생태정보, 유전자정보 등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일본의 경우 전 지역에 분포하는 것과 달리 한국에선 영광군 한 지역에만 발견된 점과 관련해 괭이눈 개체·집단 간 분류학적 차이, 유전자 다양성, 생물지리학적 특징 등 후속 연구를 진행한다.
서민환 국립생물자원관 생물자원연구부장은 "과거 기록상에만 존재하던 생물의 발견은 우리나라 생물다양성을 확대시키는 의미 있는 일"이라며 "괭이눈으로 판정된 개체와 종자를 확보하는 등 국가생물자원으로 존치할 수 있도록 조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lim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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