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 실업을 피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가능성을 경고해 왔다. 그러나 국가가 기우는 비극 드라마처럼 고용 참사가 현실이 됐다. 지난 7월 취업자 증가는 5000명, 증가율은 사실상 0%, 벼락 맞은 것처럼 멈춰 섰다. 취업자 증가가 지난해 월평균 30만 명에서 올해 10만 명으로 3분의 1로 주저앉은 데 이어 이제는 60분의 1 이하로 얼어붙은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고용이 좋아진다며 엉뚱한 핑계를 대고 시간을 보냈다. 같은 시간, 미국은 역대 최저 실업률이라 과열된 경기를 식힌다고, 일본은 사람을 구하지 못한다고 아우성이다. 이와 정반대의 상황은 한국의 고용 참사가 정부가 자초한 일이었음을 그대로 말해준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 근로시간 과속 단축, 비정규직 제로,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일자리 대통령’이라는 상호에다 소득주도 성장으로 포장한 핵심 메뉴다. 그럴싸해 보이지만, 하나같이 고용 참사를 일으키는 나쁜 음식이다. 그래도 바꾸지 않는다. 기업과 근로자가 아니라, 정부가 소득을 키운다는 이상한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일자리안정기금과 같은 또 다른 이상한 사업만 벌였다. 나쁜 음식의 부작용을 덮는다고 일자리 재정을 천문학적 규모로 늘리고 물 쓰듯이 투입했다. 하지만 고용 참사를 막지는 못했다. 결과적으로 서민 물가만 올라 쓸 돈이 궁해지고, 세금 걱정하는 사람들이 지갑을 닫아 경기가 얼어붙도록 만들었다.
통계로 나타난 고용 참사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소득주도 성장의 충격은 다 드러나지 않았다. 고용증가율 0%는 1차 충격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근로시간 단축은 대기업에만 적용되기 시작했고 중소기업은 아직 대상도 아니기 때문이다. 1차 충격은 2차 충격까지 수반한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은 1차 충격으로, 고용을 줄이고 이것은 소비와 투자의 감소로 이어져 후속적인 고용 감소를 일으켜 2차 충격을 불러일으킨다. 그뿐만이 아니라, 경제 위기에 불을 붙일 돌발적 충격의 가능성도 키운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병이 찾아온다고, 소득주도 성장으로 지친 한국 경제는 미·중 통상 마찰 등 외부 요인에 더 취약해졌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역대급 경제 위기와 대량 실업을 걱정하는 이유다.
고용 참사가 대량 실업으로 치닫고 있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우물쭈물하는 순간 대량 실업이 쓰나미처럼 덮친다. 일부 청와대 참모는 소득주도 성장에 이념처럼 집착하는데, 그러면 대량 실업의 책임이 고스란히 대통령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소득주도 성장의 원리부터 메뉴까지 바꾸도록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혁신과 생산성이 일자리를 만들고 소득을 키운다는 것은 경제의 상식 중 상식이다. 상식에 충실해야 한다. 기업 때리기나 규제를 개혁으로 생각하는 마인드를 버려야 한다. 이런 마인드로 고용이 늘기 바란다면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이다.
진보 성향의 김대중 정부는 집권한 이후에 경제 현실에 충실한 정책으로 선회해 외환위기를 극복했다. 진보 성향의 노무현 정부도 후반기에는 친(親)기업 정책으로 전환하고 경제 체질을 강화해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을 줄이는 데 일조했다. 진보 성향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친기업 정책으로 프랑스를 위기에서 구해내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의 메뉴를 바꾸고 좋은 정책을 만드는 참모를 기용하는 일은 다름 아닌 ‘일자리 대통령’이라는 상호의 주인인 문재인 대통령의 몫이다. 이제는 결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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