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득주도성장 목표가 일자리 파괴와 양극화였나
국민일보 2018.08.24. 04:05
통계청이 23일 내놓은 2분기 가계동향 조사 결과는 참담하다. 고용 참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일자리가 급감한 데 이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욱 심해졌다. 저소득층 소득을 끌어올려 소비를 진작시키겠다는 소득주도성장의 의도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이다. 역설도 이런 역설이 없다.
1분기에 이어 저소득층의 지갑은 얇아지고 고소득층의 수입은 늘었다. 이런 추세가 더 강해졌다. 2분기 5분위(소득 상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10.3%나 급증했다. 사상 최대 수준이다. 반면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의 소득은 전년 대비 7.6% 줄었다.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를 기록했던 1분기와 맞먹는다.
이에 따라 소득 양극화는 더 악화됐다. 2분기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23을 기록했다. 이 수치는 고소득층인 5분위 평균소득을 저소득층인 1분위 평균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수치가 클수록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2분기 기준으로 10년 만에 가장 나빴다.
더 심각한 것은 소득 감소가 중산층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소득 순위 40∼60%인 3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0.1% 감소했다.3분위 가구 소득이 감소한 것은 지난해 1분기 이후 처음이다. 중산층 소득 증가율이 평균 소득 증가율을 따라가지 못하는 점도 문제다. 최근에는 오히려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소득 양극화의 배경엔 최악으로 치닫는 고용 상황이 있다. 소득 하위 40%인 1, 2분위 가구는 올해 들어 일을 하는 가구원들이 대폭 줄었다. 1분위 가구는 전년 대비 취업 인원수가 18.0% 감소했으며 2분위 가구도 4.7% 줄었다. 고용 재난의 충격을 저소득층이 고스란히 맞고 있다.
정부는 고령화, 제조업 경기 부진을 주원인으로 든다. 하지만 이는 중산층까지 소득이 줄어드는데 고소득층의 근로소득만 10% 이상 증가하는 역설을 설명하지 못한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제외하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일자리를 지키고 있는 고소득층에게는 더욱 큰 벌이를 안겨주지만 취약계층에게는 일자리를 뺏어가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요약되는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근본적으로 정책 설계가 잘못됐다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정부 핵심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밀어붙였다. 그 고집과 오기의 결과가 일자리 파괴와 소득 양극화다. 그래도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등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 기다려 달라”고 한다. 또 다른 변명거리를 찾아낼 것이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재정 투입에 매달릴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소득주도성장의 근본적 수정과 경제팀 쇄신을 결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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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 독선·무능이 부른 양극화 10년 만 최악
조선일보 2018.08.24. 03:20일자리 증가 폭이 7월에 5000개로 줄어든 데 이어 소득 분배도 10년 만의 최악으로 악화됐다. '고용 참사'에 이은 '양극화 쇼크'다. 2분기 중에 상위 20%의 소득이 10.3% 늘어난 반면 하위 20%의 소득은 7.6% 감소했고, 그중에서도 최저임금과 관련이 큰 근로소득은 무려 15.9%나 줄었다. 그 결과 소득 분배 배율은 5.23으로, 2분기 기준으로 2008년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저소득층의 소득을 올려 소득 주도 성장을 한다는 이 정부에서 오히려 소득 분배가 악화하는 역설이 계속되고 있다.
분배 악화는 내수와 서민 경기가 부진에 빠진 몇 년 전 시작된 현상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더욱 급속하게 악화되고 있다. 그 사이 달라진 것은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 실험이다. 이 실험이 실패했다는 증거가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온다. 최저임금이 16%나 인상된 올해 들어 취약 업종의 저임금 일자리가 급속하게 사라지고 있다. 음식점·편의점 등의 단기 아르바이트 고용이 감소하고 임시직·일용직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고 있다. 하위 20% 계층의 가구당 취업자 수는 1분기에 8.0% 감소한 데 이어 2분기엔 무려 18%나 줄어들었다. 충격적이다.
이 역설은 마음대로 시장(市場)과 가격을 움직일 수 있다는 정부의 반(反)시장적 오만에서 비롯되고 있다. 구직자와 고용주 사이의 수요·공급 원리에 따라 결정돼야 할 임금을 정부가 정치적 목적을 갖고 무리하게 손댔다. 노동 가격(임금)이 오르면 수요(구인)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는 최저임금을 급속하게 올리면 저소득층 소득이 늘어날 줄 알았지만 실제 나타난 것은 일자리 감소였다. 강남 집값을 때려잡겠다는 부동산 규제가 도리어 집값을 올렸듯이, 선의(善意)로 포장된 반시장 정책이 약자에게 타격을 가했다.
많은 사람이 이런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만 오기를 부렸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분배 악화가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 없다고 한다. 청와대는 "상황을 엄중히 바라보고 있다"면서도 소득 주도 성장의 부작용에 대해선 입을 닫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의) 90%가 긍정적"이라고 말한 이후 정책 실패의 부작용을 한 번도 인정한 일이 없다. '90%가 긍정적'인 딴 세상에 살고 있나. 이날 통계청은 분배 악화 통계를 발표하면서 인구 고령화를 이유 중 하나로 들었다. 청와대 심기를 안 건드리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모든 것을 정부 잘못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우리 경제는 구조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오랜 기간 노동·규제 개혁에 실패해 경제 체질이 병들었고 주력 산업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 근본 문제를 치유해야만 경기가 일어나고 내수가 산다. 일자리는 그 결과로 자연스레 늘어나는 것이다. 정부는 거꾸로 환자에게 약이 아니라 설탕물을 쏟아부었다. 지금 나타나는 충격적 역설은 이 부작용이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고용 참사에 이은 양극화 쇼크는 수많은 우려를 무시하고 무모한 경제 실험을 벌인 독선과 잘못을 효과적으로 시정해 경제를 올바른 길로 이끌 능력의 부재가 부른 것이다. 정부 내의 독선과 무능을 걷어내고 새로운 바람이 일어나지 않으면 악순환은 끝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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