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시론>소득주도 성장은 위험한 '이념'이다/[전문기자칼럼]'촛불주주'에 포획된 경제정책

바람아님 2018. 8. 30. 08:42

<시론>소득주도 성장은 위험한 '이념'이다

문화일보 2018.08.29. 12:00



文대통령·張정책실장 확신은

확정편향 넘어 이념지향 때문

경제주류 교체 의도 깔려있어

진보진영에 얽매인 문 대통령

실패 확인돼도 고집할 가능성

경제는 회생불능 상태로 추락


고용 참사와 소득 양극화 심화는 문재인 정부의 존립 근거를 위협하는 악재다. 핵심 지지 계층인 서민층을 위해 채택한 소득주도 성장정책이 오히려 서민층을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나 기획 책임자인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요지부동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5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 보내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올바른 경제정책 기조로 가고 있다”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다음 날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장 정책실장은 한술 더 떠 “최근 고용·가계소득 지표는 소득주도 성장 포기가 아니라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라고 역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 경제학자들은 소득주도성장론이 과학적으로 검증된 적이 없는 이론이라고 평가한다. 게다가 문 정부의 실험은 이미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문 대통령의 확신이 ‘확증편향’(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이나 신념과 모순되는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 증세라면 개선의 여지가 없지 않다. 그러나 이념과 진영 논리 때문이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소득주도성장론은 이론이라기보다 이념에 가깝다. 장 실장에 따르면, 투자가 성장을 견인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소비가 역할을 해야 하고 이를 위해 가계소득이 늘어나야 한다. 그런데 경제성장의 성과 중 기업소득에 비해 가계소득에 분배되는 몫이 크게 줄고, 소득불평등도 심해져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가계소득이 성장에 비례해 늘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기업과 고소득층 소득에서 일정 부분을 떼 내 중산층과 저소득층으로 돌려야 하는데 대표적 수단이 최저임금 인상이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임금(소득)이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는 시장경제 이론을 전복하고 해체한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노동자를 대신해 자본가와 임금투쟁을 벌이는 이 같은 프로세스를 이론으로 보기는 어렵다.


더구나 소득주도 성장정책의 기저에는 대기업 등 기존 경제 주류세력을 ‘적폐’로 규정하는 ‘이념적 당파성’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정치컨설턴트 박성민에 따르면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전두환 정권은 ‘정통성 콤플렉스’ 때문에 민생에서의 업적을 추구했지만, 촛불집회로 당선된 문 대통령은 당선 자체를 업적으로 보는 ‘정통성 신드롬’ 때문에 청산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청산은 필연적으로 ‘이념적 당파성’을 동력으로 한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수차례에 걸쳐 정치하는 최종 목적을 ‘주류세력 교체’라고 밝혔고 주류세력을 “친일에서 반공으로 또는 산업화 세력으로, 지역주의를 이용한 보수라는 이름으로 (변신한)…위선적인 허위의 세력들”로 규정했다.(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문재인 정부의 의사결정 시스템이다. 복수의 정치평론가에 따르면 문 정부의 주요 정책은 정권 내부의 몇몇 진보그룹에 의해 결정되거나 주도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다양한 진보세력의 통치 연합 위에 올려져 있는 조정자다. 역대 대통령들은 대부분 일단 취임하면 국정운영 과정에서 지지세력의 이념보다는 국익과 자신의 업적·평판을 우선시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지지세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미 FTA 체결에 대해 “100% 국익 기준으로 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이 여전히 진영 논리에 포박돼 있다는 첫 번째 근거는 문 대통령이 외부의 적과 싸울 때는 강점을 보이지만 내부의 적이나 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온정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법원 유죄 확정판결이 난 한명숙 전 총리, 여성 비하 논란에 휩싸인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 등 정치적 부담이 큰 진영 내부 인사들과 거리를 두기보다 끌어안는 입장을 취했다. 두 번째 근거는, 보통 정치인들은 100개 중 99개가 다르고 1개만 같아도 필요에 따라 연대를 하지만 문 대통령은 99개가 같아도 1개만 다르면 ‘다른 편’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문 대통령이 타협을 본질로 하는 정치보다는 이념과 진영 논리를 더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장 정책실장은 소득주도 성장정책의 효과가 연말쯤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성과를 거두지 못해도 자발적으로 폐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문 정부로서는 민심을 잃더라도 이념과 정체성에 집착하려 할지 모른다. 문제는 그때쯤 우리 경제가 회생 불능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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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칼럼]'촛불주주'에 포획된 경제정책

이데일리 2018.08.29. 05:30

 

 모든 경제이론은 이념의 산물이다. 지지층의 이익을 반영하는 정치논리를 내포한다. 하지만 교조적 이념, 특정이익집단에 과도하게 포획된 정책은 경제시스템의 균열을 불러온다. 냉철한 현실인식에 바탕을 둔 실사구시적 접근, 정파적 이익에 연연하지 않는 용기와 결단. 경제문제의 본질적 해법은 바로 경제의 탈(脫) 이념화, 탈 정치화다.


2006년 1월 미국과의 FTA 선언은 노무현 경제정책의 일대 전환점이었다. 정치적 이념과 진영논리를 뛰어 넘는 실용적 접근의 백미였다. 정치적 계산법으로는 마이너스. 산토끼를 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집토끼만 잃는 격이었다. 농민 노동계 등 이익집단은 물론 열린우리당, 노사모 그리고 반미(反美)의 이념에 갇힌 재야진영의 극심한 반발에 직면했다.

그래도 노무현은 밀고 나갔다. FTA의 불가피성을 역설하며 반대하는 지지층 설득에 주력했다. 그해 3월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과의 인터넷대화는 그 결정판. 그는 참여정부의 정체성을 “좌파 신자유주의”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이론의 틀 안에 집어넣으려 하지 말고 현실을 해결하는 열쇠로서 좌파이론이든 우파이론이든 써먹을 수 있는 대로 써먹자”고 했다. 노무현식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이다.


문재인표 경제정책의 레테르, 소득주도성장론이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정책실패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정책기조 전환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는 마이웨이를 고수한다. 일련의 고용· 분배지표의 악화를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곡해하고 특별한 근거 없이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로 예봉을 피해간다. 현 정책기조에 대한 비판을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른 정략적 공격으로 돌리며 현실을 교묘히 호도하고 있다.


정책실패의 자인에 따른 정치적 부담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 성역화된 이념의 틀에 갇힌 집단적 사고, 그에 따른 오기와 독선의 결과다. 그 이면엔 정략적 계산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참여정부 시절 고위관료를 지낸 한 인사의 평. “지지층의 이반을 우려하는 것 같다. 촛불주주들과의 단절 없이는 정책이 본 궤도에 오르기 어렵다.”

소득주도성장론은 이미 진보정책의 상징이 됐다. 지지층 유대와 결속의 매개다. 이를 기반으로 정권은 지지기반을 공고히 한다. 그 정점에는 장하성 정책실장이 있다. 촛불주주인 시민단체 대표로 정권에 참여하고 있는 그는 이 초유의 정책실험과 운명을 같이 할 처지다. 경질이 녹록지 않을테고 그 자신도 이 같은 정치적 지형을 이용해 정책의 정당성을 강변하고 있는지 모른다.


설익은 이론이 경제생태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가뜩이나 체력이 약해진 경제체제는 잘 못 처방된 약을 오남용, 빈사상태로 내몰리고 있다. 정책실패, 그 진실의 순간은 점점 다가오는데 협량한 정파적 이익으로 정책전환의 타이밍을 놓치고 있는 모습이다.

경제에 보수와 진보가 따로 있을리 없다. 진영논리를 극복하는 일은 모든 경제정책의 성공법칙이다. 실용의 눈으로 한국경제의 미래를 다진 노무현의 한미 FTA. 그와 같은 드라마틱한 반전이 그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이 정권에서 보이지 않는 건 유감이다.


송길호 (khsong@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