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낙영 칼럼] 미래 성장의 방기는 有罪다
디지털타임스 2018.08.26. 18:06
문재인 정부 1년이 지난 현재, 미래 성장에 대한 치열함이 안보인다. 한국경제는 누가 뭐래도 글로벌 경제 속에서 수출을 통해 성장을 해온 구조이고, 앞으로 상당기간 이런 수출주도 경제구조는 지속할 것이다. 기업이 제품을 생산하고, 새로운 서비스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우리 경제를 끌고가는 동력의 기저다. 그러기에 기업과 학계, 연구계 등 산학연 전반의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준비는 항상 현재 진행형이야 한다.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과 긍지, 치열함이 살아 꿈틀거려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미래 성장에 대한 산학연 전반의 고취와 함양을 느낄 수 있는가. 문 정부가 촛불시민혁명을 기반으로 탄생하며, 그동안 우리 사회가 떠 앉고 있던 오랜 병폐인 적폐를 청산하는 것은 대의명분의 옳은 일이다. 하지만, 개인이든 기업이든, 국가든 청소만하고 있을 순 없다. 쾌적하고 인간적인 삶을 위한 행위는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철저한 고민과 준비가 병행돼야 가치와 의미가 배가된다. 경제가 다른 가치에 최우선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미래 성장에 대한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어떤 조직이든 문화가 있고, 그 조직문화는 보이지 않는 공기와 같아 구성원들은 그것을 느끼고 숨 쉬며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지 않는가.
이런 점에서 얼마 전 연구계 한 지인과의 만남에서 들은 연구현장의 모습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연구조직은 앞으로 도래할 미래 기술에 대한 준비를 하는 곳이다. 통상 새로운 10여 가지 성장기술을 후보군으로 놓고 우선순위에 따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준비하는데, 솔직히 말해 이렇다할 미래 먹거리 기술 준비가 전혀 안 돼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압박과 고민도 느슨하다는 고해성사같은 설명도 곁들였다.
더욱 심각한 것은 연구 현장의 조직 붕괴 우려다. 대부분의 정부 연구기관은 박사후 과정은 물론 석·박사 학생들이 정규직 연구원들과 함께 일을 하는데, 최근 연구기관과 이들 학생간 근로계약을 맺기 시작했다고 한다. 연구활동을 통해 배움을 넓혀 기업에 진출하는 등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해햐 할 학생신분의 이들이 근로자화하며, 건설이나 IT기업에서 나타나는 주52시간 근로시간 단축 폐해가 재현될 상황이라는 것이다. 지독히 한 곳에 집중하고 파헤치는 연구문화가 조성될 리 만무하다. 정부는 연구원 학생의 근로계약이 고용확대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는 한 사례일 뿐이다. 2018년 8월 한국의 경제 실정은 암울함 그 자체이다. 그 근저에는 문 정부의 옹고집적 소득주도성장이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지난해와 올해 두 해에 걸쳐 결정한 30%에 육박하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자영업 붕괴를 동반한 고용참사를 낳았다. 여기에 저소득 근로자의 소득을 높여 소비를 늘리고 내수를 살리는 선순환을 만들겠다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극심한 '소득양극화'만 키웠다. 지난 2분기 소득5분위 통계 발표를 보면 소득 상·하위 20%간 격차가 5.23배로 금융위기 이후 10년만에 최악이었다.
사실 소득주도 성장은 말에 성장이 붙어 있을 뿐 분배정책이다. 산업을 일으켜 일자리를 늘리고, 소득을 증가시키는 산업 성장정책도 미래 동력을 키우는 정책도 아니다. 국민의 세금을 투입해 하위층에 나눠주는 '세금주도 분배정책'에 다름 아니다. 최근 연이어 나오는 정부의 자영업대책이 모두 재정을 투입해, 임시방편으로 새는 구멍을 막는 땜질식 처방뿐이지 않은가. 재정중독이니 재정만능주의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문 정부 핵심 참모들이 3가지 경제정책 가운데 몸통격인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실패는 커녕 수정 보완조차 안하겠다는 것은 질릴 수준이다. 이들의 인식 대전환 없이는 또 다른 바퀴인 혁신성장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차라리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미래 성장 준비에 재원을 넣고, 우리의 뿌리인 제조업 경쟁력을 높여 소득구조를 높이는 데 전력투구하는 것이 근원적 대책에 가깝다.
서낙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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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소득주도 성장인가 세금주도 성장인가
파이낸셜뉴스 2018.08.26. 16:35대표적인 것이 일자리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지만 정권 출범 이후 오히려 일자리 상황은 더 나빠지고 있다. 정부 통계를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이달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해까지만 해도 월평균 30만명을 웃돌던 취업자 수는 올 들어 6개월 연속 10만명대 이하로 추락했다.
특히 지난 7월에는 1년 전보다 취업자 수가 5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사상 최악의 '고용 쇼크'가 이어지고 있다.
소득 격차도 사상 최대다. 최근 통계청이 내놓은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에 따르면 올해 2·4분기(1~6월) 하위 40%(1∼2분위) 가계의 명목소득이 2·4분기 기준 역대 최대 수준으로 급감했다.
반면 소득 상위 20%(5분위) 가계의 명목소득은 역대 최대의 급증세를 이어갔다. 소득분배지표는 2008년 2·4분기 이후 10년 만에 최악을 기록했다.
이런 지표들을 견줘 볼 때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소득주도성장은 저임금노동자·가계의 임금·소득을 올려 소비증대→기업 투자 및 생산 확대→소득 증가의 선순환구조를 만들겠다는 경제정책이다.
하지만 경제지표로만 보면 전혀 고용이 나아지지 않고, 소득도 늘지 않고 있다. 이들 지표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바로미터'인데, 악화되는 것은 분명 정책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경제정책이 실패했다는 극단적 이야기까지 한다.
정책 성패를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신중론도 있지만 정책이 정부가 의도한 대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기에는 어렵다. 보수진영은 물론 진보진영 학자들조차 '경제정책 수정론'을 제기할 정도다.
얼마 전 당정은 내년 예산안을 심의했다. 예산 규모는 사상 최대 수준이라고 한다. 이 중 일자리예산은 역대급으로 편성할 계획이다. 재정 확대를 통해 위기에 놓인 현재의 일자리 상황과 악화된 내수를 살리겠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이다.
하지만 그동안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는데도 경제지표가 악화된 것은 재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재정의 역할이 중요하긴 하지만 정책적 뒷받침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소득주도성장'이 아닌 국민의 고혈을 짜는 '세금주도성장'이 될 수 있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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