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뉴스와 시각>文대통령에 쏠리는 美의 관심

바람아님 2018. 8. 31. 08:36
문화일보 2018.08.30. 14:20


‘진실의 순간’(the moment of truth)은 투우사가 마지막에 칼을 들고 황소 정수리를 찌르는 순간을 가리키는 말이다. 일의 성패가 좌우되는, 가장 중요한 찰나의 순간이다. 그동안 했던 일이 잘됐든, 못됐든 관계가 없다. 그 순간의 결정에 따라 모든 것이 좌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4일 오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들고 온 서신을 읽었을 때 진실의 순간을 맞이했을 것이다. 6·12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한반도 비핵화 등이 담긴 4가지 사항에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의 단초를 찾았다고 주장했지만, 워싱턴 정가의 반응은 싸늘했다.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된 조치는 하지 않은 채 싱가포르 합의문을 배경으로 선(先) 종전선언에 대한 목소리만을 높여왔기 때문이다. 북한이 7월 폼페이오 장관의 3차 방북 당시 미국의 비핵화 요구를 ‘강도적 요구’라고 비난하면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의구심은 더욱 커졌다.


미국 정치권과 싱크탱크의 우려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과의 좋은 케미스트리(궁합)를 이야기하면서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차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이러한 이야기를 한 지 나흘,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계획이 발표된 지 하루 만에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취소하고 비핵화 대화를 사실상 중단했다. 일국의 대통령이 자신이 주장했던 성과를 한순간에 부정할 수 있는 결단을 내리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편지를 읽으며 맞이한 진실의 순간에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성공을 위해 다시금 대북 압박과 제재 카드를 꺼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 이후 워싱턴의 눈은 한국으로 향하고 있다. 미국 정치권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 속도에 우려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북한 비핵화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는 미국과 달리 문재인 정부는 남북 경제협력과 종전선언 등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와 서해 위성발사장 폐기를 비핵화 초기 조치라고 평가하지만, 국제사회는 북한이 남북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 이후에도 핵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는 3일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했고,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20일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남북 정상회담 이후에도 핵 관련 시설을 가동한 흔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라시나 제르보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 사무총장은 방한 중이던 13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입구를 폭파했지만 다른 곳을 통해서 들어갈 수 있다”며 “이것은 아인슈타인이 아니어도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우려 속에 북한 비핵화의 성패를 가를 진실의 순간은 이제 9월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 중인 문재인 대통령에게 다가가고 있다. 문 대통령이 어떤 결론을 내릴 것인지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