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는 말을 보면 그 시대의 품격이 보인다.
요즘 언어는 너무 강파르다. 날을 세워 독랄하다. 저마다 자기 말만 옳고 남이 틀렸다고 한다. 귀는 틀어막고 소리만 질러댄다.
대화는 없고 고성만 오간다. 경청(傾聽), 즉 귀 기울여 듣는 태도는 찾아볼 수가 없다.
하나 마나 한 말이고, 들으나 마나 한 얘기다. 그러면서도 말이 안 통해 답답하다는 얘기는 빼먹지 않는다.
전부 아니면 전무(全無)여서 중간이 없다. 그는 또 말한다.
"사람 사는 세상의 온갖 경우가 어찌 일정하겠는가?
한 걸음 앞서 생각하면 끝날 때가 없고,
한 걸음 물러나 생각하면 절로 남는 즐거움이 있다."
(人世間境遇何常? 進一步想, 終無盡時, 退一步想, 自有餘樂.)
남은 무조건 틀렸고 나만 반드시 옳다는 태도로는 세상에 풀릴 문제가 없다. 상대에 대한 존중 없이는 이해는 없고 오해만
깊어진다. 신뢰가 애초에 없고 보니 뭘 해도 불신만 가중된다.
청나라 때 주석수(朱錫綬)가 '유몽속영(幽夢續影)'에서 말했다.
"기분 내키는 대로 얘기해도 말은 한마디 더 적게 하라.
발길 따라 걷되 길은 한 걸음 양보하라.
붓 가는 대로 써도 글은 한 번 더 점검하라."
(任氣語少一句, 任足路讓一步, 任筆文檢一番.)
머금는 뜻이 조금도 없이 배설하듯 쏟아내는 언어의 폭력 앞에 코를 막고 귀를 막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