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응의 ‘메기鮎魚’(18세기 전반, 종이에 먹, 양저우시박물관)
18세기 중국 강남지방의 양저우는 소금 거래 중심지로 대운하가 지나는 교통 요지여서 경제적으로 크게 번성했다. 이곳의
개방적인 분위기 속에서 자유롭고 개성적인 화풍을 이룩한 여덟 명의 화가가 출현했는데 이들을 양주팔괴(揚州八怪)라고
부른다. 이들은 청대 화단을 지배한 문인화의 격식에 구애됨 없이 저마다 일상적인 소재를 감각적으로 그려 큰 인기를 모았다.
이들의 부담 없는 그림은 소금 거래로 부를 축적한 염상들의 기호에도 잘 맞았다.
이방응(李方膺·1698~1754)도 그중 한 사람으로, 옹정제 때 지현을 역임하는 등 한동안 벼슬살이를 했는데 워낙 강직한 성격
이라 상관과 대립하기 일쑤였다. 결국 그는 관직을 버리고 강남 곳곳을 유람하며 그림을 팔아 생계를 유지했다.
그가 얼마나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였는지는 그림만 봐도 단번에 알 수 있다. ‘메기’를 보면 마치 초서를 쓰듯 호탕하게 내달은
붓질이 보는 이의 마음을 후련하게 해준다. 그야말로 분칠 안 한 ‘생얼’ 먹그림이지만 그 어떤 채색화보다 삼삼한 멋을 풍긴다. 과연 오늘의 어떤 화가가 이런 격조와 청신함에 도달할 수 있으랴.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한국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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