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3.11.11 오광수 한솔뮤지엄 관장)
투명하게 그려낸 연민과 애틋함
바닷가에 피어 있는 해당화를 중심으로 쪼그려 앉은 여인과 뒤편에 서 있는 두 여자아이, 그리고 저 멀리 모래밭의 개 한 마리, 그 너머로 펼쳐지는 바다, 바다 위의 흰 돛배, 하늘엔 태풍이라도 불어올 것 같은 검은 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세 사람은 해풍에 몸을 움츠리면서 제각기 생각에 잠겨 있는 표정이다. 활짝 핀 해당화가 주는 기대감과는 다른 무언가 안쓰러운 정감이 세 인물을 감싸고 돈다.
이 작품은 단순한 모델 위주의 인물화도, 그렇다고 인물이 들어간 풍경화도 아니다. 이인성(李仁星·1912~1950)의 작품들 가운데는 일종의 연출된 인물, 연출된 풍경인 경우가 적지 않다. 그것은 인물화 속에 또는 풍경화 속에 어떤 상황을 설정하고 있다는 독특한 장치를 말해준다.
먼바다를 향해 있는 여인의 애잔한 눈길이나 두 여자아이의 무심한 듯한 표정, 그 뒤편으로 전개되는 장면이 무언가를 간절히 염원하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인성은 1930년대를 풍미한 향토적 소재주의를 대표해주는 화가다. 그의 향토적 소재 속엔 잃어버린 조국, 떠나온 고향에 대한 연민의 감정과 애틋한 정감이 간단없이 배어나고 있다. 마치 프레스코 기법에 의한 듯한 투명한 색조와 부서지는 햇살의 잔잔함이 깔리는 그 독자의 기법이 여기서도 유감없이 구사되고 있다.
이인성의 1944년작 ‘해당화’. 가로 146㎝,
세로 228.5㎝ 크기다. /개인 소장
<각주-이인성(李仁星·1912~1950)>
서양화가. 호는 청정(靑汀), 대구출신으로 서동진(徐東辰)에게 사사를 받고 수채화로 선전에 수차에 걸쳐 입선하였다. 1923년 도일하여 태평양미술학교에 입학하고, 일본수채화연맹전 회원으로 제전(帝展)에 5번이나 입선해 주목을 끌었다. 1929년부터 선전에 출품하여 계속 특선을 하였으며 35년에는 최고상인 창덕궁상(昌德宮賞)을 수상하고 추천작가가 되었다. 해방 후에는 이화여고, 이화여대에서 교직에 몸 담았으며 제1회 국전에 심사위원이 되었다. 그의 작품은 한국적인 풍토미를 분할적인 필치와 풍부한 색채로 표현한 향토성이 짙은 경향이 있다. 대표작으로 『경주의 계곡』, 『가을의 어느날』등. 이인성 [李仁星] (미술대사전(인명편), 1998, 한국사전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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