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 '밀회'…1771~1772년, 캔버스에 유채, 317.5×243.8㎝, 미국 뉴욕 프릭 컬렉션 소장
이탈리아에서 유학했던 프라고나르는 루벤스와 렘브란트 같은 과거 거장들의 화풍(畵風)을 익혔다. 그는 미묘한 빛과 색채의 변화를 능숙하게 포착하고 과감하게 붓을 놀려 그야말로 '그림 같은' 풍경을 그려냈다. 그 속에서 아슬아슬한 연애담이 펼쳐지니 귀족들 구미에 딱 맞았던 것이다.
그림 '밀회(密會)'를 주문한 이는 루이 15세의 후궁으로, 사치스럽기로 악명 높던 뒤바리 부인이다. 그녀는 왕이 하사한 대저택을 장식할 그림을 프라고나르에게 맡겼다. 완성작은 '사랑의 과정(The Progress of Love)'을 그린 네 편 연작(連作)으로, '밀회'는 그중 하나다. 그러나 당시 엄격하게 절제된 신고전주의 미술이 유행을 타기 시작하면서 프라고나르의 예쁘장한 그림은 이미 한물간 구식으로 여겨졌다. 결국 뒤바리 부인은 완성작을 거부했고, 이후 프라고나르는 쇠락의 길을 걸었다.
현재 이 그림은 1915년에 미국의 철강 재벌 헨리 클레이 프릭이 금융가 J.P. 모건한테서 구입한 이래 그의 개인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프릭은 최고의 예술 애호가로 손꼽히지만, 미국인이 몹시 증오하는 기업가 중 하나로 늘 거론될 만큼 악랄한 기업주로 알려져 있다. 어쨌거나 '밀회'는 대중이 미워하는 주인을 만날 운명이었던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