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2018.12.23. 17:08
'유급휴일' 최저임금법 시행령
영세 사업주 범법자 만들수도
文, 부결 후 전면개편 나서야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의 핵심은 주휴(週休) 수당 문제다. 사업주는 주휴 수당으로 직원이 하루 3시간 5일 동안 주 15시간 일해도 1주일에 대해 1일분의 급여를 지급해야 하는데 이 제도는 일반 사람의 상식과 맞지 않고 다른 나라에서도 찾기 어려운 구시대의 유물이다. 시행령 개정안은 대법원의 판례 등으로 확립된 기존의 관행을 뒤흔드는 내용으로 시간당 임금을 계산하는 데 주휴일까지 포함시키도록 바꾸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불 임금이 졸지에 최저임금에 미달하게 돼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던 수많은 사업주들이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범법자가 돼 처벌받는다. 연봉 5,000만원 넘게 주는 대기업도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걸리고 자영업이나 영세 중소기업은 이런 사실도 모르고 있다가 날벼락 맞기 십상이다.
국민이 우습게 보이나. 법 해석의 최종 권한을 가진 대법원은 최저임금 계산에는 주 휴일이 빠진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고용부는 무시했다. 법을 집행하는 행정부가 대놓고 사법부를 부정한 것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라 확립된 최저임금 계산의 관행을 뒤흔들고 범법자를 양산하기 십상인 문제를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 한번 안 하고 슬그머니 법이 위임한 시행령으로 바꾸는 것이다. 국민과 기업에 지대하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면 법을 개정해야 한다. 국회가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진지하게 심의해야 할 문제인데 행정부가 멋대로 바꾸겠다는 것은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이다. 행정부 스스로 법치주의를 흔들고 사법부와 입법부에 대한 월권으로 3권 분립주의도 무시하겠다는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이렇게 무리한 일을 고용부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이 경제정책의 방향을 수정할 것처럼 말했지만 공정거래위원장과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홍 경제부총리도 제치고 아무런 거리낌 없이 정책 기조가 조금도 변화하지 않는다면서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을 그대로 밀고 나간다고 강조했다. 국정을 누가 주도하는지 눈치챈 고용부는 문 대통령이 아니라 핵심 참모의 지시를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의 핵심 참모에는 좌파 운동가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이들에게 같은 뿌리인 민주노총 70만 조합원은 두렵고 그 10배를 훨씬 넘는 자영업과 영세중소기업은 우습게 보일지 모른다. 촛불 혁명의 동지인 민주노총 덕분에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으니까.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키는 날은 문재인 정부와 민심이 완전히 결별하는 날이 될 것이다. 국정의 난맥상을 고스란히 보여 준데다 쇠해버린 경제를 고꾸라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언행 불일치로 신뢰를 잃었고 참모 몇 명이 국정을 좌지우지한데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과 주휴 수당 개악, 그리고 근로시간 급속단축으로 투자와 소비는 마비되고 소득 불평등만 커질 것이다.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영세 사업주들이 줄줄이 불려가는 순간 민심은 정권을 덮치게 될 것이다. 이런 문제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대통령이다.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부결시키고 국정의 난맥상을 야기한 참모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차제에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도록 최저임금법을 전면 개편하는 데 나서야 한다.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등 근로기준법 개정도 마찬가지다.
'時事論壇 > 時流談論'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태평로] '검찰 파쇼'가 되려 하나 (0) | 2018.12.26 |
---|---|
[시시비비]우리에게 일본을 압도할 열정이 있는가 (0) | 2018.12.25 |
[중앙시평] 2019년은 청와대에 시련의 해가 될 수도 (0) | 2018.12.23 |
[기고] 재정파탄 남미국가를 반면교사 삼아야 (0) | 2018.12.21 |
[편집국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문 대통령 평가 (0) | 2018.1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