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내년도 방위비를 7년 연속 증액해 사상 최고인 5조2574억엔(약 53조1500억원)으로 편성했다. 21일 각의(국무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 총액 가운데 방위비를 5.18%로 잡아 의회에 제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방위비 증액의 표면상 이유는 북한과 중국의 위협이다. 그러나 일본 내각부가 지난 10월 18~28일 성인 남녀 3000명에게 물어본 결과 대북 관심 사항으로 '미사일 문제'를 꼽은 응답자는 59.9%로 1년 전 83.0%에 비해 23.1%포인트 낮아졌다. '핵 문제'를 꼽은 응답자도 75.3%에서 66.7%로 8.6%포인트 줄었다. 그럼에도 일본은 군사대국화의 길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앞서 18일 새 장기 방위전략인 '방위계획의 대강(방위대강)'과 2019~2023년 중기방위력정비계획을 확정했다. 향후 5년간 방위비로 27조4700억엔을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에 아직 '냉전사고'가 남아 있음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본 산케이(産經)신문은 지난달 26일 일본이 '전쟁가능한 국가'로 변신하기 위해 방위비 비중을 현행 국내총생산(GDP)의 1.15%에서 1.3%로 늘리는 방안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일본은 자체 기준으로 방위비가 GDP의 0.9% 수준이라며 이는 미국의 3%, 러시아의 4.8%, 영국의 2.2%, 중국의 1.3%에 비해 낮다고 주장해왔다.
일본 정부는 GDP의 1% 내로 제한한 방위비 책정 원칙을 대체로 지켜왔다. 이는 1976년 미키 다케오(三木武夫) 당시 총리가 자국의 군국주의화를 막기 위해 처음 정한 것이다. 이후 추경예산으로 눈에 띄지 않게 방위비를 늘리면서도 해마다 예산안에서는 1% 틀이 유지돼왔다.
그러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호시탐탐 이런 원칙에서 벗어나려 애썼다. 이윽고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지난달 "GDP의 1% 정도로 방위비를 유지해온 것이 사실이지만 '1% 틀'이라는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의 목표는 내년 중 전쟁가능한 국가화를 목표로 헌법 개정안 국민투표 후 2020년 새 헌법 시행에 들어가는 것이다.
한편 일본 방위성은 우리 해군이 지난 20일 동해상에서 표류한 북한 어선 수색 차원에서 레이더를 가동했음에도 23일 사흘 연속 자국 초계기를 사격하려 한 것 아니냐고 항의하는 등 과도하게 대응하고 있다. 심지어 자위대의 한 관계자는 "미군이었다면 공격에 나섰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는 우리 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판결, 위안부 화해ㆍ치유재단 해산 등으로 쌓인 불만을 표로한 것이나 다름 없다.
일본이 이처럼 우리를 끈질기고 교묘하게 자극하는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일본 전문가다. 그러나 지난 10월 우리 외교부가 주일한국대사관에서 근무할 서기관급을 복수 모집했는데 희망자들이 없어 곤란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아시아에서 중국의 존재감이 커져 상대적으로 일본에 대한 관심도가 낮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보도에 따르면 우리 외교관이 일본 근무를 기피하는 이유가 황당하다. "민감한 외교 현안이 많아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 정권 교체 등으로 언제 책임을 추궁당할지 모르는 재미 없고 위험한 보직"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산케이신문의 비아냥을 귀 담아 들여야 한다. "상대를 웃도는 열정이 있어야 상대를 압도한다. 그것도 국력이다."
이진수 선임기자 commun@asiae.co.kr
'時事論壇 > 時流談論' 카테고리의 다른 글
[뉴스의 맥] '100년 家業' 막는 상속세..기업·일자리 토양 훼손한다 (0) | 2018.12.27 |
---|---|
[태평로] '검찰 파쇼'가 되려 하나 (0) | 2018.12.26 |
[시론] 국민이 우습게 보이나? (0) | 2018.12.24 |
[중앙시평] 2019년은 청와대에 시련의 해가 될 수도 (0) | 2018.12.23 |
[기고] 재정파탄 남미국가를 반면교사 삼아야 (0) | 2018.1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