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01.01. 03:03
지난해 세계경제는 기세 좋게 출발했지만 하반기로 가면서 안갯속에 갇혔다. 미·중 무역 분쟁과 미국의 금리 인상, 신흥국 통화 불안, 유럽의 정치적 갈등 등 불안 요인이 겹쳤다. 새해 경제 전망은 작년보다 어둡다. 무엇보다 수년간 글로벌 경제성장을 주도해 온 미·중 양국의 경제성장 속도가 느려질 것이라는 걱정이 제일 크다. 여러 불확실성이 어느 것 하나 속시원히 해결되지 않다 보니 새해 세계경제가 어디로 나아갈지도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다.
세계적인 석학들은 새해 경제를 어떻게 내다보고 있을까. 본지는 올해 세계경제 전망과 함께 위험 요인은 무엇인지에 대해 제프리 프랭켈(Jeffrey Frankel) 미국 하버드대 교수, 배리 아이컨그린(Barry Eichengreen) 미 UC버클리대 교수, 스티븐 로치(Stephen Roach) 미 예일대 교수, 마크 파버(Marc Faber) 글룸붐앤드둠 발행인, 앤디 셰(Andy Xie) 전 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 등 석학 5명을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미국 경제의 성장 엔진 고갈
석학들은 올해 세계경제의 가장 큰 불안 요소로 미국 경제성장 둔화를 꼽았다. 제프리 프랭켈 교수는 "미국 경제는 최근 몇 년간 인위적인 재정 완화 정책 덕분에 강하게 성장했다"며 "그러나 올해는 감세와 재정 부양이라는 '슈거 하이(sugar high·일시적 흥분 상태)' 효과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달러를 풀고 정부의 지출을 늘리는 통화·재정 완화 정책을 통해 성장세를 회복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내리는 등 기업 세금을 깎아주고 각종 규제를 없애면서 성장에 날개를 달았다. 하지만 이제 감세 정책의 효과는 끝나고 있는 반면, 재정 지출 확대는 미국 정부의 부채 증가로 돌아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마크 파버 발행인은 "수년간 완화 정책 덕분에 주식, 채권, 부동산, 석유 등 모든 자산의 가격이 팽창해 왔지만, 새해에는 통화 긴축, 경기 둔화로 여러 투자 전략이 동시다발적으로 실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앤디 셰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정부 부채 거품이 터질 수 있다"며 "새해에 잘해야 2%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기 과열을 우려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해 4차례 기준금리를 올렸다. 새해에도 2번 더 인상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스티븐 로치 교수는 "미국의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이 세계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미국 내 투자가 줄어들 수 있을 뿐 아니라, 달러 강세로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에서 미국으로 빠져나가면서 신흥국의 성장 동력도 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배리 아이컨그린 교수는 그러나 "미국의 긴축 정책이 미국 경제를 둔화시키겠지만, 그것만으로 세계경제가 큰 충격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미·중 무역 갈등, 중국 경착륙 등 악재 산재
미국 경제 둔화에다 미·중 무역 갈등, 중국 경제 경착륙 등의 불안 요인이 겹칠 경우 세계경제가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아이컨그린 교수는 "관세 부과가 확대될 경우, 앞으로 세계 무역량이 급감할 수 있다는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작년 5월 본격화된 미·중 간 무역 갈등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양국 정상이 만나 90일간 휴전을 선언했지만, 이후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만일 90일 뒤 협상이 결렬되고 다시 관세 폭탄이 재개될 경우, 양국 경제가 동시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두 나라와 밀접한 전 세계 기업들의 판로가 막히고 투자가 위축되면 글로벌 경기 침체로도 이어질 수 있다. 로치 교수는 "높은 관세는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기업의 새로운 투자, 다국적 생산, 기술 연구 개발 등 글로벌 공급망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세계경제 성장의 기관차 역할을 해온 중국의 성장 속도가 최근 들어 눈에 띄게 느려지고 있다. 세계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평균 6.3%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6.6%보다 0.3%포인트 둔화된 것이다.
앤디 셰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는 아마 올해도 6.5% 성장률을 제시하겠지만, 달성하기 힘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프랭켈 교수는 "금융시장 개방, 환경 정화, 국유 기업의 비효율성 개선 등 중국 정부가 5년 전 내놓은 개혁 정책이 계획만큼 실현되고 있지는 않다"며 "정부의 역할이 점점 비대해지는 것이 경착륙 공포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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