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2019.03.16. 03:00
드디어 봄이다. 따뜻한 남쪽부터 매화, 진달래꽃 등이 앞다퉈 모습을 드러내며 새봄을 알리기에 바쁘다. 긴 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딱딱한 껍질을 깨고 피어나는 꽃들은 생명의 신비를 실감케 한다. 전국 곳곳에서 잇따라 열리는 봄꽃축제가 반가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봄을 맞아 가족, 연인이 함께 가볼 만한 곳들을 소개한다.
○ 눈으로 즐기고 몸으로 느끼는 봄꽃축제
수도권에선 수목원, 놀이공원 등지에서 다양한 봄꽃 이벤트가 펼쳐진다.
서울에선 식목일인 4월 5일부터 여의도와 석촌호수에서 벚꽃축제가 열린다. 올해 15회를 맞는 여의도 봄꽃축제에선 왕벚나무부터 진달래 개나리 철쭉 조팝나무 말발도리 등 다양한 봄꽃을 볼 수 있다. 노래자랑, 거리예술 공연, 캐릭터 퍼레이드, 꽃마차, 백일장 등 다양한 공연과 체험행사도 진행된다. 잠실 석촌호수도 벚꽃 감상의 명소다. 축제기간에 콘서트 음악회 등 문화예술 공연이 열리고 캐리커처 페이스페인팅 등을 즐길 수 있다.
경기 가평군 아침고요수목원에서는 4월 21일부터 5월 27일까지 봄나들이 행사를 연다. 약 33만 m² 규모의 터에 5000여 종의 다양한 꽃나무가 있어 봄을 만끽할 수 있다. 수목원 입구에는 투명한 빛의 크로커스와 백목련 꽃, 산수유가 방문객을 맞는다. 튤립 6만 그루는 하늘길, 하늘정원, 달빛정원 등 수목원 곳곳에서 자태를 뽐낼 예정이다.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는 16일 개막해 4월 말까지 계속되는 튤립축제를 개최한다. 튤립과 수선화, 무스카리 등 총 110종 120만 송이의 봄꽃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불꽃 모양의 릴리(백합) 타입 튤립 10여 종과 램프의 불꽃을 연상시키는 ‘알라딘’, 진홍색 드레스를 닮은 ‘프리티우먼’ 등 희귀 튤립 품종을 새로 선보인다.
인천 고려산에서는 4월 13∼21일 진달래축제가 열린다. 지난해 35만 명이 방문한 행사로, 강화의 역사문화와 청정 강화의 자연환경을 체험할 수 있다. 진달래꽃 능선을 따라 봄과 예술의 정취도 느낄 수 있다. 이 일대에서는 진달래 포토존, 소규모 장터 및 농·특산물 판매, 먹거리 장터도 마련된다.
○ 노란 꽃물결에 물든 산자락
전남 구례군 산동면에 가면 산수유 꽃들이 펼치는 ‘노란 꽃물결’을 감상할 수 있다. 산동면은 국내 최대 산수유 군락지로 약 1000년 전 중국 산둥(山東)성의 한 처녀가 산동면으로 시집올 때 처음 심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구례군은 산수유 꽃이 이번 주 절정을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 산동면 산수유 꽃은 2월 중순부터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해 3월 중순경 만개한다.
대표적인 봄꽃축제로 꼽히는 ‘구례산수유꽃축제’는 16일부터 24일까지 이어진다. 올해 20회를 맞아 다채로운 개막행사가 마련됐다. ‘스무 살 청춘, 산수유를 노래하다’란 슬로건 아래 산수유나무가 전래된 것부터 산수유꽃축제가 열리기까지의 시대적 상황을 영상 무용 음악 등으로 알린다. 구례향교 유림회는 계척마을에 있는 산수유나무 시목지에서 산수유 풍년을 기원하는 제례를 연다.
많은 상춘객이 찾는 주말에는 산수유문화관에서 주행사장까지 꽃길을 걷는 ‘산수유 꽃길 따라 봄 마중’ 행사가 진행된다. 이번 축제 기간에는 관광객 50만 명 이상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례군이 교통 체증을 완화하기 위해 우회도로를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좋다.
전남 광양시에선 ‘봄의 전령사’ 매화가 벌써 활짝 피었다. 8일 개막한 광양매화축제는 새하얀 눈꽃이 핀 섬진강변 매화마을을 중심으로 17일까지 계속된다. 16일에는 매화꽃길 힐링 걷기대회(느랭이골∼매화마을)와 수월정 야간 버스킹 공연, 17일에는 매화마을에서 ‘매화 꽃길 찾아가는 DJ 박스’ 행사가 각각 펼쳐진다. 매화 손수건·스카프 만들기, 매실비누 만들기 같은 체험 프로그램은 축제 기간 내내 즐길 수 있다. 매화마을의 대표 명소인 청매실농원 뒤편으로 이어지는 전망대에 올라서면 수천 개의 장독대와 섬진강, 매화꽃이 동시에 보이는 그림 같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29일부터 사흘간 진행되는 전남 여수시 영취산 진달래축제도 놓쳐선 안 될 봄꽃 이벤트다. 영취산은 진달래 군락의 면적이 축구장 140개 넓이에 이르는, 우리나라 3대 진달래 군락지 중 하나다. 등산로를 따라 30분가량 걸어 올라가서 마주하는 영취산 자락의 진달래꽃은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낸다. 축제 기간에 산신제와 산상음악회가 진행된다.
전남 신안군은 다음 달 12∼21일 열흘간 임자면 대광해수욕장과 인접한 신안튤립공원에서 신안튤립축제를 연다. 축제 기간에 튤립화분 만들기와 전통놀이 체험 행사들이 진행된다.
○ 매화에 취하고, 벚꽃에 숨 멎다
경남 양산시에서는 흐드러진 매화를 즐길 수 있는 축제가 열린다. 이달 16일 원동면 원리 일대에서 개막하는 ‘양산 원동매화축제’로, 17일까지 이틀간 열린다. 매화축제의 중심인 순매원은 경부선 원동역에서 내려 200m만 걸으면 갈 수 있다. 매화축제 기간은 3월 한 달 동안 개최되는 특산물 축제인 원동미나리축제와도 겹친다. 미나리축제장에서 부드럽고 향긋한 봄 미나리를 시식할 수 있다. 특산물 판매장에서 갓 수확한 미나리를 사갈 수도 있다.
경북 의성군에서는 노란 꽃망울을 터뜨리며 장관을 이루는 산수유 꽃을 주제로 한 축제가 있다. 이달 23일부터 31일까지 사곡면 화전리에서 열리는 ‘의성 산수유마을 꽃맞이행사’다. 화전리에는 조선시대부터 자생한 200∼300년생 산수유나무 3만여 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온 마을을 노란 물결로 뒤덮은 산수유 꽃과 함께 농촌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의성군은 승용차 1500대와 대형버스 20대를 세울 수 있는 임시 주차장과 농산물 부스 등을 설치할 예정이다. 산수유 꽃길 걷기, 힐링 콘서트 등 각종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4월이 되면 군항도시 진해는 벚꽃 천지로 변한다. 대표적인 벚꽃축제인 진해군항제가 다음 달 1∼10일 열린다. 100년 이상 된 왕벚나무들의 화려한 자태가 상춘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새하얀 벚꽃터널을 직접 걸어볼 수 있다. 군악대와 의장대가 펼치는 ‘군악의장페스티벌’도 주요 볼거리다.
천년고도 경주에서 열리는 벚꽃축제가 다음 달 3∼7일 첨성대를 비롯한 경주 동부 사적지대 일원에서 펼쳐진다. 벚꽃 야행, 벚꽃 페이스페인팅, 화전놀이, 벚꽃샤워 등 다양한 체험행사들이 준비돼 있다. 벚꽃 버스킹 페스티벌은 4월 3∼7일 첨성대, 대릉원돌담길, 교촌한옥마을, 월정교, 황리단길에서 진행된다. 4월 6일 첨성대 옆 잔디밭에서 열리는 벚꽃운동회에는 어른과 아이가 모두 참가할 수 있다.
○ 튤립으로 그린 모나리자, 유채꽃으로 만든 바다
세계 5대 튤립축제로 꼽히는 ‘태안 세계튤립축제’가 다음 달 13일부터 5월 12일까지 충남 태안군 안면읍 꽃지해안로에서 열린다. 튤립 200만 송이가 그리는 모나리자와 메릴린 먼로 등을 통해 과거 열광했던 추억을 되돌아보게 한다. 알리움, 겹벚꽃, 유채꽃, 무스카리 등 화려한 봄꽃들도 선보인다. 해외 유명 관광지를 연상케 하는 야자수 길은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낼 예정이다. 물 위에 펼쳐지는 수상정원, 풍차전망대 등 다양한 볼거리와 동물 먹이주기, 페이스페인팅, 캐리커처 등 다채로운 체험행사도 준비돼 있다. 이번 태안 세계튤립축제는 야간개장을 오후 11시까지 한다. 낮에 밝고 화사한 모습을 볼 수 있다면 밤에는 화려한 발광다이오드(LED) 불빛과 튤립을 통해 색다른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제주에서는 다음 달 4일부터 7일까지 ‘제주 유채꽃축제’가 열린다. 유채꽃 향기가 넘쳐나는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녹산로와 조랑말박물관 일대가 행사 개최지다. 600년 목축문화가 살아있는 가시리 마을의 갑마장길을 걸으면 유채꽃 바다를 떠다니는 느낌이 든다.
강원 정선군에선 동강할미꽃축제가 정선읍 귤암리 동강생태체험학습장 일대에서 29∼31일 열린다. 동강할미꽃 심기, 동강 따라 걷기, 동강할미꽃 전시회 등의 행사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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